우리가 아침에 눈을 뜨면서부터 저녁에 다시 잠자리에 들 때까지의 활동 시간 중 디스플레이를 보는 시간을 얼마나 될까? 2020년 한국미디어패널 조사 결과를 보면, 하루 평균 기준으로 전화기 사용 시간이 2시간 28분, 컴퓨터는 1시간 22분, TV는 3시간 10분으로 디지털 매체를 이용하는 시간이 7시간 정도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마 이렇게 디지털 매체를 이용할 때, 디스플레이 화면을 거의 같은 시간 동안 이용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디지털 매체 이외에도, 자동차에 있는 내비게이션과 같은 디스플레이 화면, 대중교통 정류장에 있는 공공 디스플레이 화면, 거리에 있는 광고 디스플레이 화면, 회사에서 접하는 프레젠테이션 화면 등, 일상생활에서 디스플레이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 순간이 거의 없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렇게 우리의 일상 생활 속에 깊숙이 침투해 있는 디스플레이는 과연 앞으로 어떻게 바뀌어 나갈까? 현재의 기술 개발 방향을 기준으로 생각해 볼 수도 있겠고, 미래의 사회적 필요에 의하여 요구되는 방향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또 개인마다 지향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에 다양한 기술 트렌드가 예측될 수 있다.
2021년 11월 한국디스플레이학회(KIDS)에서는 산학연 전문가로 구성된 미래전략위원회를 통해 ‘디스플레이 미래기술 2035’를 발표한 바가 있다. [참고문헌, 인포메이션 디스플레이 2021년 22권 6호 pp50-74, ‘디스플레이 미래기술 2035’, 이정익 외]
본 기고문에서는 이러한 미래상을 기반으로 디스플레이의 기술 트렌드를 소개하고자 한다.

‘디스플레이 미래기술 2035’에서 도출한 첫 번째 미래 디스플레이의 모습은 ‘맞춤형 디스플레이(Affordance Display)’이다.
현재까지 대부분의 디스플레이는 양산할 수 있는 반도체/디스플레이 기술을 기반으로 제작되어 사용자가 이를 수용하는 형태였다고 하면, 향후에는 디스플레이 기술이 변모하여 사용자 주변에 있는 사물에 융합되는 형태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대표적인 것이 ‘웨어러블 디스플레이(wearable display)’이다.
현재는 스마트워치와 같이 몸에 착용하는 전자기기의 디스플레이로 한정이 되어 있지만, 미래에는 섬유에 적용되어 ‘입는 형태의 디스플레이’나 피부에 적용되는 ‘피부 부착형 디스플레이’로 발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응용을 위해서는 현재의 접는 방식의 디스플레이 기술에서 한단계 발전하여 ‘늘어나는 디스플레이 (stretchable display)’가 구현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사용자의 몸뿐만 아니라 주변 사물에도 일체화되어 주변에 있는 가구, 건축물, 교통수단 등에 집적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주목을 받는 투명 디스플레이가 창호와 결합하여 사용되는 하나의 예가 될 것이다. 더 나아가서는 사물에 집적되어 표면을 디스플레이 화면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사물의 표면에 맞추어 형태를 변화시킬 수 있는 ‘자유곡면 디스플레이 (free-form surface display)’로 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다른 맞춤형 디스플레이의 예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크기를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는 디스플레이일 것이다. 최근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폴더블 폰의 경우에 접이식 디스플레이가 적용되어, 작은 크기로 휴대하다가 필요한 경우 펼쳐서 큰 화면을 제공하는 것이 가능하다. 현재까지는 한 번 접는 것만 가능하지만, 조만간 두 번이나 세 번 접을 수 있는 디스플레이, 더 나아가서는 두루마리 형태로 둘둘 말 수 있는 디스플레이로 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형태 가변과 입체영상 기술이 접목되어 ‘프리폼 형태 가변 입체 영상 디스플레이’까지 진화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영화에서와 같이 작은 휴대형 디스플레이 기기를 통하여 실제감을 표현할 수 있는 3D 영상을 구현하는 것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

두 번째 미래 디스플레이 모습은 ‘디지털 현실 (Digital Reality)’이다. 누구나 동의하는 미래의 키워드 중 하나는 메타버스이고, 이는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면 디지털로 구현된 세상, 즉 디지털 현실로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디지털로 구현된 세상에서 사용자가 활동하기 위하여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은 디지털 현실에 맞는 시각 정보의 제공이다. 현재는 ‘두부 착용형 디스플레이(HMD;Head-Mount Display)’를 통해서 가상 세계를 시각화할 수 있으며, 아직은 실제와 같은 입체영상이 아니라, 2차원 영상 혹은 지정된 초점 거리를 가지는 영상이 제공되고 있다.
최근에는 실제 사물이 존재하는 것처럼 다양한 초점거리를 가지는 입체 영상을 제공할 수 있도록 연구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향후에는 착용형 기기가 필요 없이 디스플레이가 홀로그램이나 광파 디스플레이와 같은 완전 입체 영상을 제공하는 형태로 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러한 입체 영상도 현재의 기술력으로는 화면과 사용자 사이의 공간사이에만 재현이 가능한 형태로 제한되어 있다. 최종적으로는 이러한 좁은 화면에서의 제약을 벗어나 실물 크기의 입체 영상을 재현하여 현실과 가상의 세계가 거의 구분되지 않는 ‘초현실 공간구현 디스플레이(Hyper-realistic Display)’를 지향할 것으로 예측된다.
진정한 의미에서의 디지털 현실이 구현되기 위해서는 시각뿐만 아니라 청각, 촉각 등 다양한 감각을 동시에 재현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는 디스플레이 패널 표면에서 햅틱 소자를 이용하여 촉각을 제공하는 형태, 디스플레이 패널에 스피커가 일체화 되어 영역별로 음향을 제공하는 형태만이 가능하다.
향후에는 착용형 장갑, 기기를 통하여 입체적으로 촉각과 청각 신호를 시각 정보와 동기화하여 제공하는 형태로 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종적으로는 이러한 착용형 기기 없이 공간상에서 촉각, 청각 등 오감에 대한 정보를 재현하는 ‘공감각 디스플레이(Multisensory Display)’로 발전할 것이다.
이와 같은 방법으로 디지털 현실이 구현되고, 이러한 실감 정보가 네트워크를 통해 실시간으로 전달되어 원격 사용자 사이에 공유될 수 있으면, 이를 통하여 다양한 협업 플랫폼을 구현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때 협업 네트워크상에 연결되어 있는 사용자들 사이의 인터랙션이 시차 없이 초지연 방식으로 재현된다고 하면, 진정한 의미에서의 ‘커뮤니케이션 융합(Telepresence)’가 구현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 경우, 예측할 수 있는 바와 같이 ‘초현실 공간 구현 디스플레이’와 ‘공감각 디스플레이’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매우 많은 정보가 필요하므로 대량의 데이터를 고속으로 전송하기 위한 네트워크 기술, 부호화 기술, 데이터 생성/처리 기술 등이 병행하여 개발될 필요가 있다.

세 번째 미래 디스플레이 모습은 ‘그린 디스플레이(Green Display)이다.
지속 가능한 미래를 구현하기 위한 친환경, 탄소 중립 기술은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도 역시 추구되어야 할 과제라 할 수 있다. 대표적인 디스플레이 제품인 TV의 경우에도 CRT, LCD, OLED로 진화하면서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방향이 진화했으며, 현재의 주력 제품이라 할 수 있는 OLED에서도 소재, 구동 방식 등을 통해 소비전력을 낮추기 위한 노력은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일반적인 기술적 흐름 이외에 최근 대두된 탄소중립 이슈와 관련하여 디스플레이 제조 공정에서 배출되는 가스의 지구온난화지수(GWP;Global Warming Potential)를 줄이기 위하여 배출 가스 저감장치 도입과 대체 가스 도입이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다. 최종적인 목표는 디스플레이 제조과정에서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것이 될 것이다.
또한, 에너지 효율 제고를 넘어서, 반사형 디스플레이와 같이 에너지 사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디스플레이 모드의 개발, 에너지 수확 기술과의 접목을 통하여 ‘에너지 독립 디스플레이 (Self Energy Display)’를 구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디스플레이 기기에서 발생할 수 있는 폐기물을 재사용하거나 폐기물에서 재추출하여 궁극적으로는 ‘폐기물 제로 (Zero Waste)’를 구현하는 것이 목표가 될 것이다.

이상으로 한국정보디스플레이학회가 제시한 ‘디스플레이 미래기술 2035’를 중심으로, 현실로 다가올 것으로 기대되는 미래 디스플레이의 모습을 살펴보았다.
제시된 미래 디스플레이 중에는 현재의 기술로 구현 가능해 보이는 것들도 있고,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것들이지만 현재의 기술 수준으로는 구현 방법이 매우 도전적인 항목도 포함되어 있다.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도 한때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혁신적인 소재나 공정의 개발로 구현된 예도 적지 않기에, 담대한 목표를 가지고 다양한 분야에서의 기술 협력을 통해 이러한 난제 기술을 극복할 수 있기를, 특히 많은 잠재력을 갖고 있는 대한민국의 과학기술자들이 극복해 내기를 기대해 본다.
마지막으로 한국정보디스플레이 학회가 ‘디스플레이 미래기술 2035’를 구현하기 위하여 선정한 10대 기술을 소개하며 마무리하고자 한다. (자세한 내용은 앞서 언급한 참고 문헌을 참조하기를 바랍니다.)
- 고해상도 스트레처블 패널 시스템화 기술
- 이종광원 조합형 마이크로 화소 및 패널 기술
- 래퍼블(wrappable) 패널 제조를 위한 소재 및 설계 기술
- 피부부착 생체신호 디스플레이 기술
- 대면적 킬로 PPI 패터닝 기술
- 능동 광변조 메타 소재/소자 기술
- 비접촉 공간 햅틱 인터랙션 디바이스 기술
- 테라급 영상신호 인터페이스 기술
- 다중 인터랙티브 센서 일체화 패널 기술
- 초저전력 Super-Backplane 기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