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의 시대입니다. 18세기 후반(1784년)의 영국, 증기 기관의 발명, 인간의 힘에서 기계적 동력, 기계화된 생산 설비로 전환된 1차 산업혁명, 19세기 말(1870년)의 미국, 전기 에너지 도입으로 대량 생산, 컨베이어 벨트의 시대를 연 2차 산업혁명, 그리고 20세기 중 후반(1969년), 전자 기술의 발달로 인한 컴퓨터의 활용, 인터넷 통신, 생산 제어 시스템의 고도화로 대표되는 3차 산업혁명이 미국, 독일, 일본 등을 중심으로 확산되었습니다.
생산과 관련된 측면에서 볼 때, 1차 산업혁명은 공장 생산체제의 서막을 알렸으며, 부르주아 계급이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계기가 되었죠. 2차 산업혁명은 작업 표준화와 분업의 확립, 이를 통하여 대량 생산체제로 진입이 시작되었고, 3차 산업혁명에서는 특히 공작 기계와 산업용 로봇을 활용한 공장 자동화 시대, 이를 통하여 생산성에서 혁명을 가지고 왔습니다.
그리고 21세기에 들어서면서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가 본격 등장합니다. 특히 2016년 세계경제포럼이 도화선이 되었죠. 초연결성, 초지능성 기반의 체제로 일컬어지고 있지만, 실체가 명확치 않아 3차 산업의 연장선이라는 주장도 있죠. 그리고 1차에서 3차까지의 산업혁명이 각각 증기기관과 전기 에너지, 그리고 컴퓨터와 로봇 등에 의해 대량 생산의 진화로 이어져 왔듯이 4차 산업의 본질도 디지털 기술에 의해 이루어지는 ‘생산 혁명’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다만, 4차 산업혁명에서의 생산 개념은 3차 산업혁명의 공장 자동화에 더하여 기계와 로봇이 능동적인 판단과 자율적인 수행으로 기존의 소품종 대량 생산 시스템에 버금가는 다품종 소량 생산 시스템을 공고히 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변혁은 굳이 생산 분야에서만 국한되지 않고 초지능화, 초연결성을 통하여 사회 전반으로 확대되어 산업구조는 물론 사회 시스템까지 혁신을 이룰 것입니다. 한편에서는 1차~3차 산업을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생산 혁명’으로 묶고, 4차 산업혁명은 ‘전 산업 분야에 걸쳐 일어나는 소비 혁명’으로 차별화하는 의견도 대두되고 있습니다.
요약하면, 1차 산업혁명에서는 증기기관을 토대로 개인의 노동을 기계가 대신하였고, 2차 산업혁명에서는 전기 에너지를 토대로 하여 인간들의 노동을 공장의 대량 생산이 대신하였으며, 3차 산업혁명에서는 컴퓨터를 중심으로 개인의 사고를 컴퓨터가 대신하였습니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서는 정보통신 기술을 바탕으로 인류의 사고를 인공 지능이 대신한다고 단적으로 표현할 수도 있겠죠.
지능화, 연결성, 그리고 자동화
4차 산업혁명의 핵심 키워드는 지능화, 연결성, 그리고 자동화입니다. 사물이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적으로 지능이 높아지고 사물들이 서로 연결이 된다면 자동화 개념은 저절로 도입이 되죠. 정보통신 기술의 융합적 발전을 통해 고지능형, 초연결성 시대로의 전환이 4차 산업혁명의 시작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습니다.
이 과정에서 더욱 강화되는 기술 및 산업 분야나 혹은 새로이 탄생하는 신개념 요소 기술들로는 크게 네 개의 분야를 들 수 있는데, 이는 빅데이터와 클라우드 컴퓨팅,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과 로봇, 사물 인터넷(Internet of Things, IoT), 3차원 프린팅(3D printing 혹은 additive manufacturing)과 나노 기술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각각 초지능화와 초연결성, 그리고 고생산성을 대표하는 기술들이죠.
물론 이에 더하여 세부 개념이나 기술들인 자율 로봇(autonomous robot), 시스템 통합(system integration), 가상/증강 현실(VR/AR, Virtual Reality/Augmented Reality), 그리고 프로그래밍으로 만들어진 가상(cyber) 세계와 물리적인(physical) 실제의 세계를 통합하는 가상물리시스템(Cyber Physical System, CPS)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즉, 막대한 데이터들의 수집과 조사, 분석을 통하여 최적의 시뮬레이션이 이루어지며, 이 과정과 결과들은 인터넷 연결 능력을 가진 사물을 비롯한 모든 곳으로 전달이 되며, 이를 통하여 스스로 학습, 판단, 결정을 할 수 있는 두뇌, 그리고 높은 수준의 근육을 가진 기기들이 최첨단 기술 공법과 행위로 사회 생활, 생산 전반을 지원하는 스마트 홈, 스마트 빌딩, 스마트 카, 스마트 트래픽, 스마트 팩토리, 스마트 에너지 등으로 이어집니다. 이상이 4차 산업혁명의 실체와 목표라 할 수 있죠.
이러한 모든 분야에서 반도체는 신호의 취득, 취합과 연결, 가공과 처리, 제공을 위한 핵심 분야가 되고 있죠. 우리의 실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물 인터넷에 관하여 조금 더 들어가 보겠습니다.
사물 인터넷은 사물들(things)이 실시간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기술이나 환경입니다. 여기에 주체인 사람까지 더해지죠. 사람의 생활, 생산 활동 등에 필요한 사물을 인터넷으로 연결하여 정보를 주고받으며, 요구나 명령, 이에 따른 행위와 결과까지를 영위하는 것입니다. 사물은 똑똑해지고 인간은 편해지죠.
TV 혹은 기상청과 연결된 우산이 비가 올 것을 미리 알고 집을 나서는 누군가에게 알람을 줍니다. 기차가 연착된다는 정보를 얻은 시계가 알람 시간을 조정할 수도 있죠. 길을 가다가 지갑을 떨어트리면 지갑은 스마트폰을 통하여 위치를 알려주죠. 까다로운 피아노는 연주하지 않으려면 중고 판매를 제안하기도 합니다.
스마트 폰이 출현하기 전, 인터넷 연결은 ‘장소와 장소 간의 연결(place-to-place)’이었습니다. 스마트 폰의 시대에서는 ‘사람과 사람 간의 연결(people-to-people)로 확장되었죠. 즉, 수억 개의 연결이 수십억 개가 되었습니다. IoT 시대에 들어서면서 ‘사람과 사물 간의 연결(people-to-things)’에 더하여 ‘사물과 사물 간의 연결(things-to-things)로 더욱 확장될 것입니다. 수백억 개 이상의 연결 고리들이 형성되죠.
즉, 사람과 사물 간의 연결(수직형), 사람을 중심으로 한 사물들간의 연결(방사형), 나아가서는 사람도 사물의 한 요소에 해당하는 사물들 간의 연결(망상형, network-type)까지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사물 인터넷에서 만물 인터넷(Internet of Everythings, IoE)로의 진화죠. 더 나아가서 사람이 제외된다면 사물의 혁명, 기계 혁명, 로봇이 인간을 지배하는 세계로의 확장까지도 고민하여야 합니다.
메모리와 시스템 반도체, 그리고 소프트웨어 기술을 통한 초지능화, 인터넷, 그리고 센서 및 작동기(actuator) 기술로 대표되는 초연결성 및 고생산성은 4차 산업혁명의 총아입니다. 세상은 모두 똑똑해져요. 미래의 제품들은 네트워크를 통하여 소프트웨어로 제어가 되는 하드웨어들이죠. 현실 세계(real, physical world)만큼 넓은 가상 세계(virtual, digital word)가 만들어집니다.
두 세계의 연결고리는 단연코 반도체를 통하여 이어집니다. 현실 세계의 신호들이 센서를 통하여 가상 세계로 들어오며, 이러한 신호 데이터들은 메모리와 시스템 반도체를 통하여 저장이 되고, 처리가 되죠. 이러한 데이터의 흐름과 제공 과정을 거쳐 가상 세계의 요구가 작동기를 통하여 현실 세계로 전달됩니다.
여기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사물 인터넷의 세계는 세 가지로 구성되죠. 소자부에 해당하는 센서와 네트워크, 데이터의 수집과 분석 그리고 연결 통로 역할을 하는 플랫폼부, 이를 통한 작동과 활용을 수행하는 응용부. 물론 이들은 일방통행이 아닌 상호 쌍방향 시스템입니다. 입력 – 처리 – 출력으로 이루어지던 종래의 시스템이 아닌 초연결성을 기반으로 하는 시스템, 즉, 입력이 출력이 되기도 하고 출력이 다시 입력이 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사물 인터넷 세계에서의 주역은 단연코 사물과 인간, 그리고 서비스이죠.
물론, 현실과 가상, 두 세계가 4차 산업혁명과 함께 갑자기 등장한 것은 아닙니다. 점차로 이루어지고 연결되고 있다가 4차 산업혁명에서의 요소 기술들이 본격적으로 개발되면서 눈앞으로 바짝 다가온 것이죠. 앞서 말하였듯이 두 세계의 연결고리인 플랫폼이 PC 통신에서 월드 와이드 웹(World Wide Web, WWW)과 모바일 기기를 통하여 사물 인터넷으로 마련된 것입니다. 4차 산업혁명, 그리고 사물 인터넷으로 인하여 세상과 사회는 스마트해지고 있습니다.
일례로, 우리 생활의 중심이 되는 ‘스마트 홈’을 살펴볼까요. 스마트 홈에서는 용어 그대로 집 혹은 집의 요소들이 스스로 판단하고 생각하고 결정합니다. 이는 우리의 일상을 더욱 쾌적하고 보다 안전,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한 스마트 리빙과도 연결되지요.
지금의 주택, 혹은 가까운 미래의 주택에서 기능은 더욱 다양해집니다. HVAC(Heating, Ventilation, Air Conditioning, 즉 난방, 통풍, 공기조화)의 최적 조절로 실내는 더 안락해지고, 태양광 패널은 에너지 공급원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이외에도 풍력 등의 추가 에너지원, 그리고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스마트 그리드(smart grid), 스마트 미터링(smart metering) 기술은 더 발달합니다. 화재 경보나 침입자 알림과 같이 안전과 보안 기능은 더욱 강화되고, 외부의 조명이나 살수기(sprinkler) 등의 기능은 한층 더 지능화가 되겠죠.
냉장고나 세탁기와 같은 가전 기기, 전기 자동차나 드론 등의 탈것, 운송 수단, 그리고 온라인 학습, 건강 체크, 그리고 게임이나 오락 등 집이 보유하고 있는 기능들은 점점 더 수준이 높아지며 다양화될 것입니다.
우리의 일상에도, 산업 현장에서도 ‘smart’라는 용어가 앞에 붙고 있죠. 똑똑하여서 언제나 쾌적하고 안전한 집, 효율적인 건물들, 잘 달려가고 편하게 운전이 되는 차, 힘든 노동을 벗어나서도 물건들이 잘 만들어지고 있는 공장, 버려지는 에너지와 환경 오염이 흠뻑 줄어든 세상 등등. 이들 모두를 위한 신호의 시작 끝, 그리고 다시 시작으로 이어지는 무한 루프의 중심에는 반도체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