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전자공학적인 측면에서 고체는 전기가 잘 흐르는 도체, 그리고 전기가 흐르지 않는 절연체, 절연체와 도체의 중간에 해당하는 반도체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도체는 주로 금속으로 구리, 은, 금, 알루미늄과 같은 단일 원소 물질이며 원자에 매우 약하게 속박된 오직 한 개의 가전자(최외각 전자)만을 갖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절연체는 단일 원소 물질보다는 복합 물질인 경우가 많고 반도체로는 실리콘(Si), 게르마늄(Ge), 탄소(C) 등의 단일 물질과 함께 갈륨비소(GaAs)와 같은 화합물 반도체도 사용됩니다.
반도체를 포함한 고체 화합물들은 화학적 결합을 통해서 만들어지는데 크게 세 가지 유형의 결합으로 구분됩니다.
먼저 금속 결합은 금속에서 나타나는 결합으로 각각의 금속 원자들에서 제공되는 자유 전자들이 금속 이온들 사이를 떠돌며 자유 전자들과 금속 이온들 간의 인력으로 형성되는 결합이죠. 이온 결합은 한 원자에서 다른 원자로 전자가 이동하면서 양이온과 음이온이 생성되고, 이들 이온 간에 작용하는 정전기적 힘에 의한 결합이며, 공유 결합은 두 개 혹은 그 이상의 원자들 간에 서로 공유되는 전자들로써 이루어지는 결합입니다. 이런 방식으로 재료를 구분하면 금속 결합으로 이루어지는 금속과 공유 결합이나 이온 결합이 주가 되는 세라믹, 그리고 기다란 공유 결합의 사슬들이 약한 결합으로 연결되어 있는 고분자가 있죠.
먼저 금속 결합은 금속 양이온들과 그 사이로 골고루 퍼져있는 전자들(전자의 바다) 사이의 전기적인 인력으로 이루어진 결합입니다. 즉, 금속 원자의 최외각 전자가 비교적 쉽게 자유 전자가 되면서 금속 양이온들이 만들어지고 따라서 많은 자유 전자들로 인하여 전기 전도도가 크죠.
이온 결합은 원자가 전자(들)의 주고받음을 통하여 이온이 만들어지고 이온들 간의 정전기 인력을 통하여 이루어집니다. 주로 금속과 비금속 간의 결합이죠. 전자들이 둘, 혹은 그 이상의 이온들 사이에서 속박되어 있어 자유 전자가 부족하므로 대부분 전기가 잘 통하지 않습니다.
공유 결합은 주로 비금속 원소들 간의 결합이며, 안정된 전자 배열을 위해 원자들이 전자를 공유, 즉 함께 소유하고 있습니다. 공유 결합을 하는 물질은 이온 결합의 경우처럼 전자가 한 원자에서 다른 원자로 이동하는 것이 아닙니다. 전자가 한 원자에 속한 상태에서 다른 원자의 원자핵에도 끌리는 경우이죠. 즉, 전자들은 두 개 원자들의 핵들 모두와 전기적 인력으로 서로 끌어당기고 있습니다. 전자들이 둘 혹은 그 이상의 원자들에 공유, 속박되어 있으므로 전기 전도성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다만, 탄소 원자로만 이루어진 동소체에서 일부는 예외가 되죠. 탄소 원자는 전자가 4개인데, 흑연, 그래핀 등은 탄소 원자들이 각각 주위의 세 개 탄소 원자들과 공유 결합이 되어 있습니다. 이로 인해 남게 되는 한 개의 전자는 자유전자가 되어서 전기 전도도를 올려주죠. 가장 흔히 쓰이는 반도체 소재인 실리콘도 공유 결합 물질이며 이에 더하여 여러 화합물 반도체들, ZnS, ZnSe, CdS, CdTe 등(이상, II-VI족 화합물), GaP, GaN, AlP, AlAs, InP, InAs 등(이상, III-V족 화합물), 그리고 SiGe, SiC 등(이상, IV-VI족 화합물)이 대표적입니다.
반도체는 대부분 절연체에 해당하는 세라믹 소재에 자유 전자나 정공들을 추가로 공급할 수 있는 불순물들을 첨가하여 만들어집니다. 즉, 반도체는 절연체보다는 높고 도체보다는 낮은 전기 전도도를 가지며, 불순물 도핑을 통하여 전도도를 조절할 수 있죠. 그리고, 열이나 빛, 자기장과 같은 외부로부터의 자극에 민감합니다.
불순물을 첨가하지 않은 경우를 진성 반도체라 하며 이 안에서는 전자와 정공의 농도는 똑같습니다. 왜냐하면 최외각 전자가 에너지를 얻어 떠난 자리가 정공으로 남기 때문이죠. 이럴 때 전자화 정공의 농도를 진성 캐리어 농도로 부르며, 일상에서 이는 온도에 따라 변화합니다. 진성 반도체에서 자유 전자들의 수는 매우 적기 때문에 전기 전도도 역시 낮을 수밖에 없으며, 전도도를 높이기 위해 앞서 설명하였듯이 불순물을 첨가하여 자유 전자나 정공의 수를 늘리는 과정이 도핑입니다.
이와 같이 반도체에서는 불순물을 첨가하여 자유 전자나 정공들을 공급함으로써 전기 전도도를 바꿀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실리콘 반도체에서 비소(As) 원자의 경우, 최외각 전자들이 5개로 실리콘 안에 도핑을 하게 되면 실리콘 원자의 빈자리로 찾아 들어가서 4개의 전자들은 실리콘과 결합을 이루는 데 사용되고, 남은 1개가 자유 전자가 되면서 전기 전도도를 올립니다. 반면에 갈륨(Ga)의 경우에는 최외각 전자가 3개로 자유 전자가 1개가 부족하여 이 부분이 정공(양의 전하를 띠는 가상 전하)이 되어 역시 양(+)의 캐리어가 되어 전기 전도도를 증가시킵니다.
이렇게 불순물이 도핑된 반도체를 외인성 반도체로 부르며, 전기 전도도를 높이기 위해 인위적으로 첨가되는 불순물을 도펀트라고 하는데 자유 전자의 도핑을 n형 도핑, 정공의 도핑을 p형 도핑이라고 부르죠. 일반적으로 반도체는 IV족(14족), n형 도펀트는 주기율표에서 전자가 하나 많은 족, V족(15족)에 위치하고 p형 도펀트는 III족(13족)에 위치하게 되며, 각각 전자를 준다는 의미의 주게(donor), 받는다는 받게(acceptor)로 부르기도 합니다. 그리고 격자 내 실리콘의 빈자리를 점하여 자유 전자를 내어놓는 과정이 이온화이며 이온화 과정은 상온에서도 충분히 일어납니다.
에너지 관점에서 볼 때 원자 내에서 전자들은 각각 이산적인 에너지 준위를 가집니다. 즉, 수직으로 전자들이 갖는 에너지 준위를 나타낸다면 서로 떨어져 있는 선들로 전자들의 위치를 표시할 수 있죠.
원자들의 수가 증가하면서 전자들의 에너지 준위를 나타내는 선들은 중첩을 피하면서 점점 간격이 좁혀지게 되며 원자의 수가 더욱 증가하면 결국은 선들 간의 간격이 없는 밴드, 즉 에너지 밴드를 형성하게 됩니다. 이러한 에너지 밴드는 전자들로 채워진 가전자대, 전자들이 점유할 수는 있지만 아직은 비어있는 전도대, 그리고 가전자대와 전도대 사이, 전자들이 존재할 수 없는 금지대로 구분이 되며, 특히 금지대의 폭을 에너지 갭이라고 합니다.
이를 원자 구조의 관점에서 보면 가전자대에는 아직은 핵에 구속되어 있는 최외각 전자가 머무르고 있으며, 에너지 갭 이상의 에너지를 얻게 되면 자유 전자가 되어 전도대로 올라감을 의미합니다. 반도체에서 에너지 밴드갭은 약 2eV 이하로 최외각 전자는 작은 에너지로도 전도대로 올라가 자유 전자가 될 수 있습니다. 심지어 일상의 온도인 상온에서도 적은 수의 가전자들이지만 가전자대에서 전도대로 올라가는 경우도 발생하나, 일반적으로 순수한, 즉 불순물을 도핑하지 않은 실리콘의 경우 상온(절대온도 300K)에서는 가전자대의 대부분은 채워져 있고, 전도대는 텅 빈 것으로 가정을 합니다. 도핑을 에너지 준위 측면에서 볼 때 자유 전자의 제공을 위한 n형 불순물의 최외곽 오비탈의 에너지 준위는 전도대에 가까운 쪽, 그리고 정공을 위한 p형 불순물의 경우 가전자대에 가까운 준위에 위치합니다. 즉, 작은 에너지로도 각각 전도대와 가전자대에 전자와 정공을 공급하기 위해서죠.
이상과 같이 전자가 자유 전자로 되는 에너지, 즉 밴드갭이 크면 절연체(3~4eV 이상), 작으면 반도체(0.1~3eV 정도), 아예 없으면 금속에 해당합니다.
금속은 가전자대와 전도대가 겹쳐 있어서 최외각 전자들은 수시로 자유 전자가 되고 있죠. 이러한 에너지 갭은 그 물질에 대해 빛의 통과 여부와도 관계가 됩니다. 즉, 빛의 에너지가 물질의 에너지 틈보다 크면 빛은 가전자대의 전자를 전도대로 올리는 역할을 할 수 있고, 따라서 여기에 에너지를 소모하면서 물질을 통과하지 못하죠. 반면에 빛의 에너지가 에너지 틈보다 작으면 빛은 이러한 일을 할 수 없고, 따라서 물질을 통과하거나 혹은 다른 일을 하게 됩니다. 밴드갭과 파장의 관계식은 Eg = hν = hc/λ [eV]이며, 따라서 λ [㎚] = hc/Eg = 1,240 [eV ㎚]/Eg [eV]로 나타납니다. 즉, 에너지 밴드갭이 1,240 [eV]이면 1 [nm] 파장의 빛을 발생시킬 수 있고, 혹은 1[nm]보다 긴 파장의 빛을 통과시킬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반도체는 인위적으로 캐리어들을 도핑하여 전도도를 제어할 수 있고 또한 여기된 캐리어들이 안정 상태로 복귀하면서 빛이나 열 등 다양한 형태의 에너지나 신호를 만들어 내기도 하죠. 따라서 전자 및 광소자를 비롯하여 센서와 에너지원과 같은 입출력 관련 소자들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반도체의 역사는 100여 년이 훌쩍 넘어갑니다. 반도체 공정과 기술에서 대표적인 사건들을 살펴보면, 1916년에 반도체 결정을 성장시킬 수 있는 초크랄스키 공정이 개발되었고, 이후 몇몇 결정 성장법들이 발표되었죠. 1952년에는 전기 전도도를 높일 수 있는 확산법이 발표되었고, 1957년에 사진 식각 공정용 감광액과 산화막 마스크, 그리고 에피택시 단결정층 성장법, 1958년에는 도핑용 이온 주입 공정, 1959년에는 하이브리드형 및 모노리식형 집적 회로 기술들이 순차적으로 개발되었습니다. 1960년대에는 자기정렬형 다결정 게이트 구조, 유기 금속 화학 기상 증착법(Metal Organic Chemical Vapor Deposition, MOCVD), 1970년대에는 건식 식각 공정, 분자선 화학 기상 증착법, 그리고 마이크로 프로세서 등이 개발되었죠. 1980년대 이후로 화학 기계적 연마(Chemical Mechanical. Polishing, CMP), 구리 배선 공정 등으로 발전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반도체 소자의 역사는 1874년, 금속-반도체 접합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이후로 1907년의 발광 다이오드, 1947년의 그 유명한 쌍극성 트랜지스터, 1949년의 p-n 접합 구조가 있죠. 1950년대에는 태양전지와 이종 접합형 쌍극성 트랜지스터, 터널 다이오드 등이 출현하며, 1960년대에는 금속 산화막 반도체 전계효과 트랜지스터(Metal Oxide Semiconductor Field Effect Transistor, MOSFET), 상보적 금속산화물 반도체(Complementary MOS, CMOS)가 발표되었고, 뒤를 이어서 동적기억소자(Dynamic Random-Access Memory, DRAM)들이 등장합니다. 이와 함께 1962년의 레이저, 1967년의 비휘발성 메모리 등이 개발됩니다. 1970년대에는 디지털 카메라 등에 사용되는 센서인 전하 결합 소자(Charge-Coupled Device, CCD) 등, 1980년대 이후로 넘어오면서 단전자 트랜지스터, 초소형 전자기계장치(Micro-Electro-Mechanical System, MEMS), 집적 센서, 나노 스케일급 메모리, 핀 전계 효과 트랜지스터(Fin-based Field – Effect Transistor, FinFET) 등으로의 발전이 현재까지 이어집니다.
실리콘 웨이퍼에 만들어지는 반도체 소자들은 실로 다양하지만, 대표적인 것들로는 저항, 다이오드, 커패시터, 트랜지스터, 이들로 이루어진 집적회로, 그리고 MEMS와 센서 등이 있습니다. 특히 전자 소자의 경우 네 종류의 주요 접합으로 작동을 하죠. 금속-반도체 접합, p형 반도체-n형 반도체 접합, 두 종의 서로 다른 반도체 간의 이종 접합, 그리고 금속-산화막-반도체 접합이 이에 해당합니다. 이들 4종의 접합들은 따로 또 같이 만들어져서 개별 혹은 융합 기능을 다양하게 수행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