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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플레이와 반도체] #2 전자 디스플레이의 변천사

벽화와 종이, 사진, 그리고 영화를 거치면서 정보 디스플레이는 진화를 거듭하여 왔으며, 마침내 현재의 전자 공학을 기반으로 하는 디스플레이에 이릅니다. 여기에서는 이러한 전자 디스플레이(electronic display)로 설명을 이어갑니다.

전자 디스플레이의 탄생은 음극선관(Cathode Ray Tube, CRT)의 발명에서 시작됩니다. 1897년 독일의 물리학자인 브라운(Karl Ferdinand Braun) 교수가 발명했기 때문에 그의 이름을 따서 흔히 브라운관으로 불리기도 하죠. 해상도, 휘도 및 자연색 표시 등의 디스플레이 성능에 있어 무난하고, 가격도 저렴한 편으로 2,000년대 직전까지 쭉 사용되어 왔습니다.

음극선관에서는 내부의 전자총(electron gun)에서 전자들이 발사되고 이들이 화면의 형광체에 부딪혀 빛을 냅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먼저 음극선관 뒤쪽의 전자총에서 전자를 열 방출합니다. 그리고 방출된 전자는 전자선으로 만들어지고 가속 과정을 거쳐 화면에 도달하여 형광체와 충돌하면서 빛을 만들죠. 이 과정에서 원하는 위치에서만 빛을 내도록 하기 위해 촘촘하게 많은 구멍을 뚫어 놓은 섀도우 마스크(shadow mask)를 통과하게 됩니다.

음극선관

음극선관은 해상도, 색 표시능력, 빠른 응답속도와 낮은 가격 등의 뛰어난 장점에도 불구하고, 부피가 크고 무겁다는 큰 단점 때문에 2000년대에 접어들어 평판디스플레이(Flat Panel Display, FPD)에게 시장을 내어주게 되죠. 이러한 음극선관의 발명은 TV 방송이라는 새로운 미디어의 등장과 확산을 일으킨 결정적 계기가 되었습니다. 1931년 미국에서 세계 최초로 흑백 TV 시험방송이 개시되면서 음극선관은 곧 텔레비전의 대명사가 되었고, TV 방송의 여파는 다시 음극선관의 대중화를 가져오게 됩니다.

평판 디스플레이의 등장 동력은 디자인의 혁신입니다. 대표적인 평판 디스플레이로는 PDP(Plasma Display Panel), LCD(liquid Crystal Display), OLED(Organic Light Emitting Diode)가 대표적이죠. 이를 통하여 ‘벽걸이 TV’로 불리는 얇고 가벼운 디자인의 디스플레이 생산이 시작되었고 음극선관으로는 어려웠던 40인치 이상의 대화면 디스플레이를 향한 돌파구가 마련됩니다.

PDP는 기체 방전 시에 생기는 플라즈마로부터 나오는 빛을 이용하여 문자 또는 그래픽을 표시하는 디스플레이를 말합니다. 플라즈마를 이용한 디스플레이는 1927년 벨 연구소에서 처음으로 가스 방전 표시장치를 개발한 것을 시초로 1964년 일리노이대학의 연구진에 의해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되었으며 이후 일본의 TV 메이커들을 통하여 제품으로 발전하여 왔습니다.

PDP의 발전 과정

PDP는 상부와 하부 유리기판에 설치되는 전극 사이에 네온(Ne), 아르곤(Ar) 또는 제논(Xe)과 같은 불활성 가스를 밀봉하고 전압을 인가하면 플라즈마가 생성되는데, 이때 발생하는 자외선이 R-G-B로 구성된 형광체를 자극해 색상과 밝기를 나타내죠. 이렇게 R-G-B로 빛나는 화소 단위의 미세한 형광등을 무수히 배치하여 각각의 형광등을 빠른 속도로 점등시키거나 소등시킴으로써 통합된 영상을 표시합니다.

PDP는 평판 디스플레이임에도 CRT에 버금가는 밝기와 빠른 응답속도, 광시야각, 대화면 등의 장점을 통해 디지털 TV 방송 개시와 발맞추어 큰 인기를 얻었으나, 발열과 전자파, 그리고 전력 소비를 극복하지 못하고 LCD와의 기술 경쟁에서 패배하였습니다.

LCD는 PDP와 거의 동시대를 거친 평판 디스플레이로 ‘액정(液晶, Liquid Crystal)’이 중심 소재가 되죠. 액정이란 액체의 유동성과 고체의 규칙성을 함께 지닌 물질로 액체 결정을 의미합니다. 액정은 1854년에 처음 발견되었으며 오스트리아의 생물학자에 의해 비로소 ‘액정’이라는 이름을 최초로 부여받게 되죠.

이후, 많은 연구자들이 다양한 액정들을 합성하였고 액정에 전기 자극을 주어 상태를 변형하는 연구로 이어집니다. 1960년대에는 액정의 전기 광학적 효과가 발표되었고 이 무렵부터 액정의 실용화 연구가 본격적으로 가속화되어 여러 방식의 LCD들이 등장합니다.

LCD의 발전 과정
LCD 구조

LCD는 정보를 표현하기 위해 외부의 빛(광원)을 필요로 하는 수광형 디스플레이입니다. 따라서 패널 뒷면에서 백색의 빛을 비추는 백라이트(Back Light)가 필요하며, 컬러 필터(Color Filter)를 통해 색을 구현하죠. LCD 개발 초기에는 음극선관과 비교해 화면 크기, 색 재현력과 화질 등이 턱없이 낮은 수준이었으나, 꾸준한 연구 개발로 100인치가 넘는 초대형, 고해상도 TV를 비롯해 스마트폰과 같은 중소형 기기에 적합한 디자인과 퍼포먼스를 갖춰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디스플레이로 발전했습니다.

전자 디스플레이의 변천 과정과 현재를 요약, 분석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즉, 1987년, 독일의 스트라스부르크 대학의 칼 브라운 교수에 의해 발명된 음극선관, 소위 브라운관은 그 후 100여년동안 디스플레이의 대명사가 되어 왔습니다. 물론, 액정 디스플레이가 1960년대부터 새로운 개념의 디스플레이로 등장하게 되었지만, 특히 TV와 모니터 영역은 20세기 중, 후반 동안에는 범접할 수 없는 CRT만의 영역이었죠. 이후로 숱한 디스플레이들이 출현, 발전 과정을 거치면서 명멸하여 갔습니다.

디스플레이의 발전 과정

그러다가 1970~1980년대부터 플라즈마 디스플레이가 얇은 모니터 등으로 등장을 하고, 특히 1980년대부터 일본 업체들에 의하여 화면을 키울 수 있는 대체 디스플레이로서 발전함과 동시에, 또한 LCD의 화질과 화면의 크기가 급격히 향상되어 가면서 CRT 고유의 결점들이 공공연히 드러나고 강조되기 시작하였습니다. 즉, 전자들의 속도를 증가시키고 전자선을 주사(scanning)하여야만 하는 고유의 동작 원리로 인하여 두께와 무게를 줄이는 데에 한계가 있었고, 이와 함께 높은 에너지의 전자들이 형광체에 충돌함으로써 발생하는 x-ray에 대한 우려도 커져만 갔습니다.

결국은 1980~1990년대에 이르러 CRT의 두꺼운 외관에 대응하는 얇은 두께, 즉 평판 디스플레이에 대한 기대와 이를 실현하기 위한 야망이 불타오르고, 21세기를 앞두고 PDP를 이용한 TV가 선을 보이게 됩니다. 즉, 1966년부터 국내에 보급된 CRT TV가 1999년에 마침내 CRT가 넘볼 수 없는 크기인 40인치급 PDP TV의 선재 공격을 받으며 타격을 받기 시작하고, 2004년부터는 역시 40인치급 LCD TV가 경쟁에 합류하게 되죠.

이로써 모니터와 TV를 독점하다시피 한 CRT의 시장은 급격히 무너지고, 향후 약 10년간은 PDP와 LCD간의 치열한 경쟁, 궁극적으로는 LCD가 승자로서 올라서는 시기가 됩니다. PDP가 패배한 원인은 여러가지로 분석되고 있으나, LCD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과 가격 경쟁력 상승이 가장 큰 위협 요인이었겠지요. 결국 2014년을 계기로 PDP의 생산은 중단이 됩니다. 그리고 LCD는 수 인치급의 소형부터 100인치급에 가까운 대형 디스플레이로서 모바일, 태블릿, 모니터, 그리고 TV까지 대부분의 영역을 점하게 되죠.

기술은 도전과 경쟁을 통하여 발전하며, LCD의 독주는 그리 오래가지를 못합니다. 유기 발광 다이오드라는 신선하고 강력한 도전자가 등장을 하죠. LCD가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하여 별도의 광원을 써야만 하는 반면에 OLED는 스스로 빛을 냅니다. 그래서, 색이 더 선명하고 번짐이 없는 영상을 만들어 내고, 또한 딱딱한 유리 기판이 아닌 유연하고 휠 수 있는 플라스틱 기판 위에도 만들 수 있습니다.

모바일 기기, 즉, 소형부터 시작한 OLED의 도전은 이제 대형, 80인치대의 TV 시장까지 진입하였습니다. 중소형 시장에서는 이미 LCD가 한발을 빼고 있는 수순이며, TV 시장에서의 격돌은 치열합니다. LCD는 양자점 기술을 도입함으로써 QLED(Quantum-dot LED) 기술로 진화하여가면서 체력을 유지하고, OLED는 영상의 선명도, 완전한 블랙, 그리고 휨과 두루마리처럼 말 수 있다는 무기를 적극 활용합니다. 지금은 거의 완성된 OLED 기술과 LCD에서 더욱 진화하여야만 하는 QLED의 치열한 경쟁 시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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