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SFET (Metal Oxide Semiconductor Field-Effect Transistor)은 현대 반도체 제품을 구성하는 핵심 전자 부품으로, 일종의 ‘전자 스위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수도꼭지를 돌려 물의 양을 조절하듯이, MOSFET은 전기의 흐름을 제어하는 역할을 합니다. 손잡이(게이트)를 돌리면 물(전류)이 흐르는 양이 변하는 것처럼, MOSFET도 게이트에 가하는 전압으로 전류의 흐름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MOSFET은 적은 전력을 사용하면서도 아주 작은 공간에 많이 집적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1980년대 중반부터 지금까지 스마트폰, 컴퓨터와 같은 전자기기의 핵심 부품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제부터 MOSFET에 대해 궁금할 만한 내용들을 질문과 답변 형식으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Q. MOSFET 동작 원리에 대해서 궁금해요. 그리고, MOSFET 동작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주요 물리적 효과들은 무엇이 있나요?
그림 1. MOSFET 소자의 3차원 조감도
MOSFET은 마치 아주 작은 전기 수도꼭지와 같은 장치라고 앞서 설명하였는데, 보다 더 상세하게 알아보겠습니다. MOSFET는 실리콘이라는 물질로 만들어지며, 크게 네 개의 중요한 부분으로 구성됩니다: (1) 소스(Source): 전기가 들어오는 입구, (2) 드레인(Drain): 전기가 나가는 출구, (3) 게이트(Gate): 전기의 흐름을 조절하는 제어 손잡이, (4) 기판(Body): 이 모든 부품들이 설치되는 바닥면(그림 1 참고).
보다 더 쉽게 이해하기 위해서, 소스, 드레인, 게이트, 기판을 마치 수도 시설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1) 소스는 수도관에서 물이 들어오는 입구, (2) 드레인은 물이 빠져나가는 출구, (3) 게이트는 수도꼭지 손잡이, (4) 기판은 이 모든 수도 설비가 설치되는 바닥.
그림 2. MOSFET의 3가지 동작 모드
MOSFET은 수도꼭지처럼 전기의 흐름을 조절하는데, 이는 크게 세 가지 단계로 작동합니다. 이해하기 쉽게 사람들이 공원에 모이는 상황에 비유해볼까요? (그림 2 참고)
먼저 ‘모임 단계’ (accumulation mode)에서는 마치 공원에 사람들이 모이는 것처럼 전하들이 한곳에 모입니다. 이때는 아직 전기가 흐르지 않습니다. 마치 사람들이 공원에 모였지만 아직 행진을 시작하지 않은 상태와 비슷하죠.
두 번째 ‘비움 단계’ (depletion mode)에서는 마치 비가 오기 시작해서 사람들이 공원에서 흩어지는 것처럼 전하들이 특정 영역에서 밀려납니다. 이 상태에서도 여전히 전기는 흐르지 않습니다. 공원에서 사람들이 흩어져 있는 상태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마지막으로 ‘전도 단계’ (inversion mode)에서는 드디어 전기가 흐르기 시작합니다. 이는 마치 공원에 모였던 사람들이 질서정연하게 행진을 시작하는 것과 같습니다. 게이트에 충분한 전압이 가해지면, 전자들이 소스에서 드레인까지 일정한 통로를 따라 이동하게 되는 것이죠. 수도꼭지로 비유하자면, 이제 물이 콸콸 흐르기 시작하는 단계입니다.
이렇게 MOSFET은 전압을 조절함으로써 전기가 흐르지 않는 상태에서 흐르는 상태로 변화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MOSFET이 반도체 제품 내에서 스위치 역할을 할 수 있는 이유입니다.
MOSFET에서 전기가 흐르는 방식은 마치 수도관의 물 흐름과 비슷한데, 크게 두 가지 상태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비례 상태’ (전문 용어로는 linear region에 해당)입니다. 이는 마치 수도꼭지를 조금씩 열 때 수압(전압)에 비례해서 물(전류)이 더 많이 흐르는 것과 같습니다. 수압이 세지면 물이 더 많이 나오는 것처럼, 전압이 높아지면 전류도 비례해서 증가합니다.
두 번째는 ‘포화 상태’ (전문 용어로 saturation region에 해당)입니다. 이는 마치 수도꼭지를 최대로 열어놓은 상태와 비슷합니다. 이때는 수압(드레인-소스 사이의 전압에 해당)을 더 높여도 물의 양(전류)이 거의 증가하지 않습니다. 대신 수도꼭지 손잡이의 위치(게이트 전압)에 따라 흐르는 물의 양이 결정됩니다.
중요한 점은 MOSFET에서 흐르는 전류의 양은 주로 게이트(수도꼭지 손잡이)에 가하는 전압으로 조절된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MOSFET이 전자기기에서 효율적인 스위치나 증폭기로 사용될 수 있는 이유입니다.
MOSFET의 동작을 이해하는 데 있어 주요 물리적 효과들을 고려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이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그림 3. MOSFET의 Channel Length Modulation
MOSFET이 작동할 때 발생하는 첫 번째 중요한 현상은 ‘채널 길이 변화’ (Channel Length Modulation) 현상입니다(그림 3).
이것을 고무호스에 비유해서 설명해보겠습니다. 정원에서 호스로 물을 뿌릴 때를 상상해보세요. 호스 끝(드레인)에서 물이 세게 나올수록 호스가 약간 늘어나면서 실제 호스의 길이가 조금씩 변하는 것을 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MOSFET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일어납니다. 전기가 흐르는 통로(채널)가 전압이 세지면서 약간씩 짧아지는 것이죠. 이런 현상은 특히 아주 작은 크기의 MOSFET에서 더 심각한 문제가 됩니다. 마치 짧은 호스가 긴 호스보다 늘어나는 정도가 더 눈에 띄는 것처럼요. 이는 특히 음악 증폭기와 같은 정밀한 전자 장치를 만들 때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사항입니다. 원래 의도한 것보다 더 많은 전류가 흐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채널 길이 변화’ 현상은 마치 수도 압력이 센 곳에서 호스가 늘어나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정밀한 전자기기를 만들 때는 이를 잘 고려해서 설계해야 합니다.
그림 4. MOSFET의 Velocity Saturation
두 번째로 중요한 현상은 ‘속도 한계’ (velocity saturation) 현상입니다(그림 4).
이것을 고속도로를 달리는 자동차에 비유해서 설명해보겠습니다. 자동차가 고속도로를 달릴 때, 아무리 엑셀을 더 밟아도 특정 속도 이상으로는 빨라지지 않는 것을 경험해보셨을 것입니다. 공기 저항이나 엔진의 한계 때문이죠.
MOSFET 안에서 움직이는 전자들도 비슷한 현상을 겪습니다. 아무리 강한 전압을 걸어도 전자들이 초당 약 1억 센티미터 이상의 속도로는 움직일 수 없습니다. 이 현상은 특히 아주 작은 MOSFET에서 중요한 문제가 됩니다. 마치 짧은 고속도로에서는 차가 최고 속도에 도달하기도 전에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처럼요.
이로 인해 예상했던 것보다 전류가 덜 흐르게 되고, 특히 휴대폰에서 사용하는 것처럼 빠른신호를 다뤄야 할 때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속도 한계’ 현상은 전자기기의 성능을 제한하고, 원하지 않는 노이즈(잡음)를 발생시킬 수 있습니다. 마치 자동차가 최고 속도로 달릴 때 더 많은 소음이 발생하는 것처럼요.
그림 5. MOSFET의 DIBL
세 번째로 중요한 현상은 ‘방어벽 약화’ 현상 [전문 용어로는, 드레인 유도 장벽 낮춤(DIBL: Drain-Induced Barrier Lowering)]입니다(그림 5).
이것을 댐과 물의 비유로 설명해보겠습니다. 댐에서 물을 막고 있는 상황을 상상해보세요. 댐 아래쪽(드레인)의 수압이 높아질수록, 댐의 윗부분(소스와 채널 사이)에서 물이 새어나가기 시작할 수 있습니다.
MOSFET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납니다. 출구 쪽(드레인)의 전압이 높아지면, 입구 쪽에서 의도치 않게 전류가 새어나가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죠. 이 문제는 특히 MOSFET이 작아질수록 더 심각해집니다. 마치 작은 댐이 큰 댐보다 수압 변화에 더 취약한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이로 인해 전자기기에서 두 가지 주요 문제가 발생합니다: 첫째, 전력 낭비 이슈입니다. 마치 댐에서 물이 새는 것처럼, 의도하지 않은 전류 누설이 발생합니다. 둘째, 오작동 위험입니다. 전자기기가 켜져있어야 할지 꺼져있어야 할지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러한 ‘방어벽 약화’ 현상은 특히 배터리로 작동하는 저전력 기기에서 중요한 문제가 됩니다.
그래서 최신 MOSFET을 설계할 때는 이 현상을 최소화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목표 중 하나입니다.
그림 6. MOSFET의 GIDL
네 번째로 중요한 현상은 ‘의도치 않은 전기 누설’ 현상 [전문용어로는 게이트 유도 드레인 누설(GIDL: Gate-Induced Drain Leakage)]입니다(그림 6).
이것을 수도 시설의 누수 문제에 비유해서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오래된 수도관에서 수도꼭지를 완전히 잠갔는데도 물이 조금씩 새는 경우가 있죠?
MOSFET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발생합니다. 특히 출구(드레인) 쪽의 수압(전압)이 매우 높고, 수도꼭지(게이트)를 완전히 잠근 상태에서 전기가 새어나가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누설 현상은 특히 컴퓨터의 메모리(DRAM)와 같이 정보를 저장하는 부품에서 큰 문제가 됩니다. 마치 물이 새는 물탱크가 자주 채워줘야 하는 것처럼, 메모리도 저장된 정보를 더 자주 다시 채워줘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 문제는 MOSFET이 더 작아지고 얇아질수록 심각해집니다. 마치 수도관이 낡고 얇아질수록 누수가 심해지는것과 비슷하죠. 게다가 이러한 누설은 시간이 지날수록 MOSFET의 성능을 저하시킬 수 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조사들은 특별한 설계 기술들을 사용합니다. 마치 수도관에 특수 코팅을 하거나 연결 부위를 보강하는 것처럼, MOSFET의 구조를 최적화하여 누설을 최소화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앞에서 언급한 여러 가지 물리적 효과들은 MOSFET의 성능과 신뢰성에 큰 영향을 미치며, 현대 나노스케일 트랜지스터 설계에서 핵심적인 고려 사항이 됩니다. 이들을 이해하고 제어하는 것은 고성능, 저전력 집적회로 칩 설계의 핵심입니다.
Q. 최신 반도체 제품들의 전력 소모량 증가로 인해, 칩이 너무 뜨거워요. 근원적인 이유를 반도체 소자 기술에서 찾을 수 있을까요?
“왜 최신 전자기기는 점점 더 뜨거워질까요?” 1970년대에 IBM의 Dennard 박사는 아주 재미있는 이론을 제시했습니다. 마치 과자 공장에서 과자를 더 작게 만들면서도 같은 맛을 유지하는 것처럼, 트랜지스터를 작게 만들면서도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이론이었죠.
이 이론에 따르면, 트랜지스터의 크기를 반으로 줄이면서 사용하는 전력도 반으로 줄일 수 있다고 했습니다. 마치 과자 크기를 반으로 줄이면 재료도 반으로 줄이는 것처럼요.
하지만 2000년대 초반부터 이 이론이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첫째, 너무 얇아진 벽: 트랜지스터가 너무 작아지면서 전기를 막는 벽(게이트 산화막)이 너무 얇아졌습니다. 마치 너무 얇은 컵에서 물이 새듯이, 전기가 새어나가기 시작했죠.
둘째, 전압 조절의 한계: 더 이상 전압을 낮출 수 없게 되었습니다. 마치 수도 압력을 너무 낮추면 물이 제대로 흐르지 않는 것처럼요.
결과적으로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요? 같은 크기의 칩 안에 더 많은 트랜지스터를 넣을 수 있게 되었지만, 예상했던 것처럼 전력 사용량이 줄지 않았습니다. 이는 마치 작은 방에 너무 많은 사람이 모이면 더워지는 것처럼, 칩이 점점 더 뜨거워지는 문제를 일으켰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학자들은 여러 가지 새로운 방법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첫째, 여러 층으로 쌓는 3D 기술 (마치 고층 빌딩처럼), 둘째, 새로운 재료 사용 (더 효율적인 건축 자재를 사용하는 것처럼), 셋째, 더 효율적인 구조 설계 (건물의 통풍구를 더 잘 설계하는 것처럼)와 같이 다양한 노력들을 통해 전자기기가 덜 뜨거워지면서도 더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Q. MOSFET 소자 기술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요?
MOSFET 기술은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지만, 동시에 물리적 한계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현재 반도체 제조 공정 기술은 3nm급 공정까지 발전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지속적으로 MOSFET 소자 기술은 진화하고 있는게 사실입니다.
이를 위해, 3D 소자 구조를 가진 MOSFET, 새로운 반도체 소재 도입 등이 연구되고 있습니다. 또한, 뉴로모픽 컴퓨팅이나 인공지능을 위한 특화된 MOSFET 구조도 개발 중입니다. 한편으로는 MOSFET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소자에 대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 중입니다. 그러나 당분간은 MOSFET이 전자 산업의 중심을 차지할 것이며, 더욱 효율적이고 강력한 형태로 발전해 나갈 것입니다.
다음 편에서는 MOSFET 소자 기술의 지속적인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한 핵심 요소 기술들을 살펴보고, 나아가 3차원 반도체 소자 구조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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