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 포토닉스란 – 빛으로 열어가는 반도체

몇 해 전, 미국은 전력 인프라의 급격한 부담을 우려해 일시적으로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언했습니다. 또, 한 세계적 기업가는 “앞으로 인류가 당면할 더 큰 위기는 식량 부족이 아니라 에너지 부족”이라며 전력 수급 문제의 심각성을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최근 AI 산업이 폭발적으로 확산되며 이러한 우려가 더욱 현실적인 문제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AI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처리하는 데이터센터의 규모도 급속도로 커지고 있습니다. GPU 등 고성능 반도체 칩이 쉼 없이 가동되며 막대한 전력을 소모하고, 이로 인해 발생한 발열을 식히기 위한 냉각 설비에도 추가 전력이 투입됩니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불과 5년 안에 AI 학습·추론에 필요한 전력 사용량이 현재보다 약 200배 증가할 것이라 합니다. 미국 내 AI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량 또한 2028년까지 현재의 3배에 달할 것으로 예측되며, 전체 소비 전력의 최대 12% 가까이를 차지하게 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AI 모델의 성능이 고도화될수록 전력 소모와 발열이 비례해서 늘어나는 것일까요? 기존 반도체 칩은 전자 흐름을 통해 데이터를 전송하고 처리합니다. 전자 회로 내에서 전류가 흐르며 금속 배선 안에서 저항으로 인한 충돌이 일어나고 이로 인해 발열이 발생하게 됩니다.

반도체 소자의 크기가 작아질수록 더 높은 성능을 내기 위해 전류의 밀도는 계속 높아지고, 이 때 발생하는 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극한으로 작아지는 반도체 환경에서 이러한 발열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그림 1. 전자 반도체와 실리콘 포토닉스 개념도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돌파구 중 하나로 빛을 이용하는 반도체, 실리콘 포토닉스(Silicon Photonics)를 소개합니다. 기존 반도체는 전기로 데이터를 전송하지만, 실리콘 포토닉스는 빛을 이용해 기존 반도체 보다 더 빠르고, 더 적은 전력으로 데이터를 주고받는 기술입니다.

배선에 전류가 흐르는 기존 반도체와 달리, 광 도파로에 빛이 흐르는 실리콘 포토닉스는 전류에 따른 저항·발열 문제에서 자유롭고, 동시에 고대역폭 통신도 구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각광받고 있습니다. 게다가 기존 CMOS 공정과의 호환성이 높아, 제조 인프라를 대규모로 교체할 필요가 거의 없다는 점도 큰 장점입니다.

이번 편에서는 ‘실리콘 포토닉스’란 무엇이며, 어떤 특징과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I 빛으로 신호를 전송하는 실리콘 포토닉스

실리콘 포토닉스는 말 그대로 ‘실리콘’과 ‘광학(포토닉스)’을 결합해 전자 대신 빛을 기반으로 작동하는 반도체를 뜻합니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반도체 소자에서 전자는 금속 배선을 따라 이동하며, 트랜지스터와 같은 소자에서는 전류를 제어하는 방식으로 신호 처리를 담당합니다.

그림 2. 광 도파로 모식도와 실제 도파로 단면 SEM 이미지

반면 실리콘 포토닉스에서는 금속 배선이 아닌, 칩 내부의 실리콘 도파로를 따라 빛이 흐릅니다. 이 도파로는 폭이 약 500나노미터에 불과할 정도로 극도로 미세하게 제작되었지만, 빛을 안정적으로 전송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전자 회로에서는 전자가 배선과 충돌하여 줄열(Joule heating)을 만들어내지만, 실리콘 포토닉스에서는 도파로에 빛이 흐르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가 없습니다.

발열 문제가 줄어들면, 더 높은 주파수 대역에서도 신호를 안정적으로 전송할 수 있습니다. 전자 회로도 이론적으로는 광대역 신호를 구현할 수 있지만, 높은 주파수 대역으로 갈수록 저항에 따른 발열과 신호 감쇠가 급격히 증가합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더 높은 전압이나 추가 증폭 장치를 사용해야 하고, 결국 발열과 소모 전력이 늘어 물리적 한계에 부딪히게 됩니다.

반면 실리콘 포토닉스는 빛을 이용하기 때문에 열을 발생하지 않고, 신호 감쇠도 상대적으로 적어 전자 회로로는 활용하기 어려운 초고대역 영역까지 이용할 수 있습니다. 덕분에 전력과 발열 부담을 크게 줄이면서도 더 높은 대역폭을 확보할 수 있어 AI 데이터센터처럼 대규모 연산이 필요한 분야에서 각광받고 있습니다.

I 실리콘 포토닉스에서 빛을 제어하는 기본 원리

전자 회로가 동작하는 핵심 원리 중 하나는 전류 흐름을 제어하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소자가 바로 트랜지스터인데, 입력 단자에 전압을 가하면 내부 통로가 열려 전류가 흐르고, 전압이 사라지면 통로가 닫혀 전류가 차단됩니다. 이렇게 전류의 흐름을 On/Off로 조절함으로써, 전자 회로는 논리 연산과 데이터 저장 같은 기능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그림 3. 굴절률 변화로 인한 광 신호의 위상 변화 설명

이와 달리, 실리콘 포토닉스에서는 저항 조절 대신 도파로의 굴절률(Refractive Index)을 조절해 빛의 흐름을 제어합니다. 굴절률은 빛이 매질을 지날 때 받는 광학적 저항과 비슷한 개념으로 이 값이 바뀌면 빛의 속도와 위상에 영향을 미칩니다. 전압이나 전류를 도파로에 가해 굴절률을 조절하면, 그 안을 통과하는 빛의 위상을 세밀하게 바꿀 수 있어 스위치나 모듈레이터 등 다양한 광학 기능을 구현할 수 있게 됩니다.

위상 변환기(Phase Shifter)는 빛의 위상*을 직접 제어하도록 설계된 핵심 소자입니다. 굴절률을 약간 높이면 빛의 이동 속도가 느려져 도달 시간이 지연되고 위상도 뒤로 밀립니다. 이렇게 위상이 달라진 빛은 커플러 같은 다른 소자와 결합할 때 간섭 효과를 유발해 특정 경로에서 빛을 강화하거나 약화하는 등 다양한 신호 처리를 가능하게 만듭니다. 결국, 위상 변환기를 통해 빛이 칩 내부를 지나가는 타이밍을 정밀하게 조절함으로써 전자 회로와는 다른 방식의 광학 연산과 제어가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그림 4. 위상 변환기와 커플러를 활용한 빛의 진행 방향 제어 (위상 변환 정도에 따라 출력 조절)

더 나아가, 위상 변환기를 커플러와 결합하면 광 스위치나 신호 분배기를 구현하는 데 활용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하나의 입력 신호를 두 갈래로 나누거나 결합하는 커플러와 위상 변환기를 함께 배치하면 위상 변환기에서 만들어진 미세한 위상 차이에 따라 한쪽 경로의 빛이 강해지거나 사라지도록 제어할 수 있습니다. 이 방식으로 특정 출력 포트로만 빛을 집중시키면 광 스위치 기능을, 빛을 원하는 비율로 분배하도록 설계하면 신호 분배기 기능을 수행할 수도 있습니다.

I 맺음말

빛을 이용해 전력·발열 문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실리콘 포토닉스는 AI 산업과 데이터센터에서 급증하는 데이터 처리 요구를 충족할 차세대 반도체 기술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광대역·저발열이라는 강점을 바탕으로 고속 통신과 안정적인 시스템 성능을 구현할 수 있으며, 전력 사용 비용을 절감해 지속가능한 IT 인프라 구축에도 기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고성능 컴퓨팅, 통신, 센서 등 다양한 분야로 실리콘 포토닉스의 활용 가능성이 확대되고 있으며, 향후에는 반도체 산업의 핵심 동력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다음 글에서는 실리콘 포토닉스에서 실제로 활용되는 스위치, 모듈레이터, 트랜시버와 같은 다양한 소자들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LX세미콘 소식 바로가기]

LX세미콘 공식 뉴스룸

👉news.lxsemicon.com

LX세미콘 공식 블로그

👉blog.naver.com/lxsemicon

LX세미콘 공식 유튜브

👉youtube.com/@LX_Semicon

LX세미콘 공식 페이스북

👉facebook.com/LXSemicon

LX세미콘 공식 인스타그램

👉instagram.com/lxsemicon/

연관 콘텐츠

실리콘 포토닉스란 – 빛으로 열어가는 반도체

몇 해 전, 미국은 전력 인프라의 급격한 부담을 우려해 일시적으로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언했습니다. 또, 한 세계적 기업가는 “앞으로 인류가 당면할 더 큰 위기는 식량 부족이 아니라 에너지 부족”이라며 전력 수급 문제의 심각성을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최근 AI 산업이 폭발적으로 확산되며 이러한 우려가 더욱 현실적인 문제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AI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처리하는 데이터센터의 […]

[NEWS] LX세미콘, 한양대학교와 반도체 패키징 방열기술 공동 연구 및 인력양성 협약 체결

■ 최근 한양대학교 서울캠퍼스 신본관에서 연구협약식 맺어 ■ 반도체 패키지 및 방열 부품에 대한 효과적인 설계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 ■ 한양대학교 이기정 총장 “한양대의 첨단 패키징 기술이 LX세미콘의 기술 발전과 사업에 이바지하고 대한민국 반도체 패키징 기술의 성장에 초석이 되길 바란다”고 말해 ■ LX세미콘 대표이사 이윤태 사장 “LX세미콘의 반도체 설계역량 및 방열기술과 첨단 반도체 패키징 기술이 […]

[NEWS] LX세미콘, 친환경 차량용 방열기판 첫 양산

■ 미래 성장사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지난 5년간 약 1,000억 원 투자 진행 ■ 경기도 시흥시 방열기판 공장에서 연 25만장 생산…내년 두 배 확대 ■ 차별화된 MDB(Metal Diffusion Bonding) 공법 적용, 제품 신뢰성 확보 ■ LX세미콘 대표이사 이윤태 사장 “차별화된 제조기술과 엄격한 품질 관리를 통해 고객에게 최상의 만족을 제공할 것”이라며, “향후 방열기판 제품의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 고객을 […]

Semicon人Us 뉴스레터
구독 신청

LX세미콘 뉴스채널 Semicon人Us의 다양한 소식을 메일로 받아보세요.

LX세미콘 뉴스채널 Semicon人Us의
다양한 소식을 메일로 받아보세요.

주식회사 LX세미콘은 Semicon人Us 뉴스레터 발송을 위하여 다음과 같이 귀하의 개인정보를 수집•이용 및 위탁하고자 합니다.

 

1. 개인정보의 수집•이용에 대한 고지
1) 수집하는 개인정보 항목
– 이메일, 뉴스레터 수신•개봉 기록
2) 개인정보 수집•이용 목적
– LX세미콘 뉴스레터 발송, 이벤트 등 광고성 정보 전달
3)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 기간
– 수신거부 시점까지 보관•활용하며 수집 및 이용 목적이 달성된 후 또는 이용자의 동의 철회 요구 시에는 해당 정보를 지체 없이 파기합니다.

※ 고객님께서 개인정보의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을 권리가 있으며, 미동의 시 서비스를 이용하실 수 없습니다.

 

2. 개인정보의 취급위탁에 대한 고지
– 수탁자 : 시너지에이앤씨
– 위탁하는 업무의 내용 : LX세미콘 Semicon人Us 뉴스레터 발송 및 발송을 위한 시스템 개발/유지보수
– 위탁 기간 : 위탁계약 종료 혹은 Semicon人Us 뉴스레터 발송 서비스 종료 시점까지

※ 고객님께서 개인정보의 취급위탁에 동의하지 않을 권리가 있으며, 미동의 시 서비스를 이용하실 수 없습니다.

 

3. 이용 제한 대상
– 만 14세 미만은 Semicon人Us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습니다.

[mailpoet_form id="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