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용 반도체 1편 – 자동차 공장은 왜 반도체 때문에 멈췄을까? 자동차와 반도체, 생산시스템의 차이

차량용 반도체란 자동차에 탑재되는 전자제어 시스템을 움직이는 반도체를 말한다. 자율주행의 판단을 맡는 고성능 칩부터 창문, 와이퍼, 시트를 움직이는 작은 MCU까지, 크고 작은 반도체가 들어간다. 자동차의 전동화, 스마트화, 커넥티드화가 진척되면서, 자동차 한 대에 들어가는 반도체의 종류와 수도 늘어나고 있다.

(그림 1) 주요 차량용 반도체의 역할

<그림 1>은 차량에 들어가는 반도체를 역할에 따라 구분한 것이다. 마이크로 컨트롤러 유닛(이하 MCU)은 엔진, 조향장치, 브레이크 같은 부품을 각각 제어하며 차량의 기본 기능인 ‘달리고(Go), 돌고(Turn), 멈추는(Stop)’ 움직임을 맡는다. 최근에는 운전자 보조 시스템이 들어가면서, 여러 정보를 모아 ‘판단’을 통합적으로 맡는 고성능 SoC(System on Chip)가 차량에 탑재되고 있다. 각종 센서는 차량 안팎의 영상과 거리를 측정한다. 배터리가 차량의 새로운 동력원이 되면서 전력과 전압을 제어하는 파워 반도체와 아날로그 반도체의 역할도 커지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의 특색을 살펴보기 위해 스마트폰에 사용되는 반도체와 비교해 보자. 먼저, 동작하는 조건이 가혹하다. 실내의 상온에서 주로 쓰이는 스마트폰과 달리, 자동차는 영하 40℃의 추위부터 엔진룸의 고온, 끊임없는 진동과 습기를 견뎌야 한다. 둘째, 장기간 사용된다. 스마트폰은 몇 년 쓰고 바꾸지만, 자동차는 10~15년 이상 운행되므로 반도체도 그만큼 고장 없이 동작해야 한다. 셋째, 안전이 가장 중요하기에 불량률이 극도로 작아야 한다. 스마트폰의 고장은 불편과 수리비로 끝나지만, 자동차의 고장은 사고와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스마트폰에 비하면 차량에 들어가는 반도체는 종류가 많고, 한 종류당 사용되는 개수는 적다. 이러한 차이는 반도체를 만드는 생산시스템의 차이로 이어진다. 그리고 그 차이는 실제로 자동차 산업을 크게 흔들었다. 코로나19 이후 손톱만 한 크기의 반도체가 부족해 세계 곳곳의 자동차 공장이 멈췄다. 신차를 계약하고도 몇 달, 길게는 1년 넘게 기다려야 했고, 새 차를 구하기 어려워지자 중고차 값까지 올랐다. 작은 반도체 하나가 자동차 산업을 넘어 우리의 생활과 경제까지 흔들어 놓은 것이다. 이런 상황이 왜 일어났을까? 먼저 반도체 부족으로 자동차 생산이 멈춘 원인을 살펴봄으로써, 차량용 반도체가 가지는 특징을 알아보자.

I 자동차 공장을 멈춘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

(그림 2) 결품 ECU의 공급망 구조(2010년)

최근 들어 반도체가 부족해 자동차 공장이 멈추는 일이 자주 일어났다. 그런데 그 전조는 사실 2010년에 있었다. 2010년 7월, 일본의 닛산이 엔진의 연료 분사와 점화 시기 등을 전자적으로 제어하는 엔진 제어장치(ECU)를 납품받지 못해 일본 내 4개 조립공장의 가동을 사흘간 멈췄다는 작은 기사가 신문 한 귀퉁이에 실렸다. <그림 2>는 당시의 공급망 구조를 보여준다. ECU에 들어가는 IC를 만들던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가 스마트폰용 공급을 우선하면서, IC 하나가 끊겨 닛산의 일본과 미국 공장 감산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당시에는 이 일을 일종의 해프닝 정도로만 여겼다.

이듬해인 2011년 3월에는 동일본 대지진으로 차량용 MCU를 공급하던 르네사스의 나카 공장이 큰 피해를 입었고, 일본과 미국의 자동차 공장이 줄줄이 생산을 멈췄다. 그리고 2020년, 코로나19가 세계를 덮쳤다. 2021년 내내 세계 곳곳의 자동차 공장이 반도체를 구하지 못해 가동을 멈추거나 생산을 줄여야 했다. 이제는 모두가 반도체 산업과 자동차 산업이 하나의 공급망으로 깊이 맞물려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그 근본 원인은 자동차와 반도체의 생산시스템의 차이에 기인한다. 이제 두 산업의 생산시스템이 어떻게 다른지 살펴보자.

I 자동차와 반도체, 서로 다른 생산시스템

(그림 3) 자동차 공장의 한 개 흘리기 생산

먼저 자동차의 생산시스템을 보자. 자동차 한 대는 3만여 개의 부품을 조립해 만들어지고, 하나의 모델에도 1천 종이 넘는 다양한 사양이 존재한다. 그래서 완성차 업체는 높은 재고 관리 비용을 줄이기 위해, 서로 다른 사양의 차량을 하나의 컨베이어 라인에서 한 대씩 조립해 나가는 ‘한 개 흘리기(One Piece Flow)’ 생산 방식을 구현해 왔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적시 생산 방식(Just in Time)’은 자동차 공장의 생산 라인과 협력업체의 생산 라인을 눈에 보이지 않는 컨베이어로 서로 연결하는 방법론이다. <그림 3>에서 보듯이, 이러한 생산 방식 덕분에 자동차 공장에서는 차체, 도장, 의장, 검사를 거쳐 차 한 대를 만드는 데 1~3일이면 충분하다.

(그림 4) 반도체칩 제작의 주요 공정(전공정의 흐름)

반면 반도체 공장은 가능한 한 같은 제품을 한꺼번에 많이 만드는 방식으로 규모의 경제를 추구한다. <그림 4>는 반도체 전공정의 흐름을 보여준다. 실리콘 웨이퍼 위에 얇은 막을 입히는 성막, 감광액(레지스트)을 바르고 빛을 쬐어 회로를 새기는 리소그래피, 필요 없는 부분을 깎아내는 에칭, 세정과 검사가 하나의 사이클을 이룬다. 각 공정마다 서로 다른 장치가 쓰이고, 웨이퍼 여러 장을 한꺼번에 묶어 처리하는 배치(Batch) 방식이 중요하게 활용된다. 이 사이클을 30~70회 이상 반복해야 비로소 하나의 회로가 완성된다. 그래서 웨이퍼에 회로를 새기는 전공정에만 90~100일, 칩을 잘라 완성하는 후공정에 약 10일이 걸린다.

생산 규모와 제품의 종류에서도 두 산업은 크게 다르다. 세계 1위 자동차 회사인 도요타가 한 해 동안 판매하는 차량은 1천만 대 수준이다. 그리고 자동차에 사용되는 반도체는 그 종류가 무척 많다. 반면 A사의 스마트폰은 한 해 약 2.5억 대가 만들어지고, 사용되는 반도체의 종류는 적다. 자동차가 다품종 소량 생산이라면, 스마트폰은 소품종 대량 생산인 것이다. 같은 제품을 한꺼번에 많이 만들어 양을 추구하는 반도체 산업의 특성상, 반도체의 생산 방식으로는 다품종 소량의 자동차에 반도체를 공급하기가 쉽지 않다.

(그림 5) 자동차와 반도체 공장의 생산 계획 차이

이러한 차이는 생산 계획의 차이로 이어진다. 자동차 공장은 가능하면 완성차 재고를 가지고 싶어 하지 않는다. 차량 가격이 비싸고, 덩치가 큰 완성차를 쌓아 둘 공간을 확보하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완성차 업체는 소비자의 주문을 생산 계획에 바로 반영해, 빨리 만들어 고객에게 전달하고자 한다. 또한 완성차 업체 입장에서 반도체는 부품을 구입할 때 그 안에 딸려 들어오는 것이지, 직접 반도체를 주문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반면 반도체 공장은 같은 제품을 오랫동안 만들어야 효율이 오르기 때문에 장기적인 생산 계획에 따라 움직인다. 스마트폰용 반도체를 필요로 하는 큰 고객은 가령 6개월, 1년 정도 단위로 생산 능력을 미리 계약한다.

코로나19 때 갑자기 차량용 반도체가 부족해진 원인은 바로 이 생산 계획의 차이에 있다. 2020년 코로나19로 자동차 판매가 줄어들 것으로 보이자, 완성차 업체들은 평소 다른 부품에 하던 대로 반도체 주문을 줄였다. 반도체 공장은 주문이 취소되어 비게 된 생산 라인을, 재택근무와 비대면 회의로 수요가 폭발한 스마트폰, PC, 게임기용 반도체로 채웠다. 그런데 자동차 판매는 예상보다 빨리 회복되었다. 완성차 업체들은 다시 반도체를 주문했지만, 이미 생산 라인은 IT 기기용 반도체로 채워져 있었고, 차량용 반도체는 그 물량이 끝난 뒤에야 만들 수 있는 후순위로 밀려났다. 이후 완성차 업체들이 서로 반도체 물량 확보전에 나서면서, 반도체 부족 상황은 장기화되었다.

I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과 자동차 산업의 대응

그런데 왜 공급은 금방 회복되지 못했을까? 보통은 부품이 부족해지면 가격이 오르고, 공급이 늘어나면서 시장은 다시 균형을 찾아간다. 그러나 차량용 반도체는 그렇지 못했다. 공급을 늘리려 해도 반도체는 투자비가 많이 드는 산업이라 갑자기 공장을 많이 짓기 어렵고, 반도체 기업 입장에서 차량용 반도체는 수익이 많이 나는 품목도 아니었다. 여기에 모든 완성차 업체가 몇 달 치의 재고를 확보하려고 앞다투어 주문하는 가수요(假需要)가 생겼고, 2021년 중반부터는 반도체 패키징과 테스트 공장이 몰려 있는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에서 코로나19 확산으로 공장 가동이 멈췄다. 이렇게 여러 요인이 겹치면서 차량용 반도체 부족은 2022년까지 이어졌다.

단, 어떤 회사는 상대적으로 타격을 적게 받았다. 반도체 부족 사태 초기, 도요타는 반도체 재고를 4개월분 확보하고 있어 비교적 안정적으로 공장을 가동했다. 흔히 도요타 생산방식(TPS)은 재고를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알려져 있는데, 정작 도요타만 반도체를 넉넉히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 도요타 생산방식은 무조건 재고를 줄이라고 하지 않는다. 재고는 공장 운영과 공급망 관리 수준을 보여주는 것일 뿐, 재고 부족이 예상된다면 재고를 확보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 도요타의 생각이다. 도요타는 1989년 히로세 공장을 세워 반도체를 직접 만들어 왔고(2020년 그룹 부품사인 덴소에 이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 반도체 공장의 가동 중단을 겪으면서 반도체 생산시스템의 특수성을 파악했다. 이후 도요타는 자사뿐 아니라 협력사가 가진 반도체 재고까지 직접 확인하는 체계를 갖추고 적정 재고량을 크게 늘렸다.

중국의 BYD는 또 다른 방식으로 반도체 부족을 피해 갔다. BYD는 이미 2008년에 닝보의 반도체 공장(닝보중웨이 반도체)을 인수했고, 이 공장은 지금의 BYD 반도체의 출발점이 되었다. 전동화와 지능화 기술을 발전시키려면 반도체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고 미리 대비했던 것이다. 도요타가 반도체 재고와 공급망을 직접 챙기는 방식으로 대응했다면, BYD는 반도체를 직접 만드는 방식으로 대응한 셈이다.

I 맺음말

앞에서 언급한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자동차 업계는 반도체 하나가 없으면 차량을 생산할 수 없다는 사실을 거듭 경험하며 반도체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다. 과거 반도체는 부품 안에 딸려 들어오는 것이었지만, 이제는 완성차 업체가 반도체 기업과 직접 장기 계약을 맺고 반도체를 직접 챙기기 시작했다. 과거 완성차 업체가 엔진과 섀시로 고유의 ‘맛(taste)’을 냈다면, 앞으로는 반도체와 소프트웨어가 그 차의 맛을 결정하게 될 것이다. 이제 자동차를 만드는 사람은 반도체를 알아야 하고, 반도체를 만드는 사람은 자동차를 알아야 한다. 다음 편에서는 자동차에 들어가는 반도체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겠다.


[LX세미콘 소식 바로가기]

LX세미콘 공식 뉴스룸

👉news.lxsemicon.com

LX세미콘 공식 블로그

👉blog.naver.com/lxsemicon

LX세미콘 공식 유튜브

👉youtube.com/@LX_Semicon

LX세미콘 공식 페이스북

👉facebook.com/LXSemicon

LX세미콘 공식 인스타그램

👉instagram.com/lxsemicon/

연관 콘텐츠

차량용 반도체 1편 – 자동차 공장은 왜 반도체 때문에 멈췄을까? 자동차와 반도체, 생산시스템의 차이

차량용 반도체란 자동차에 탑재되는 전자제어 시스템을 움직이는 반도체를 말한다. 자율주행의 판단을 맡는 고성능 칩부터 창문, 와이퍼, 시트를 움직이는 작은 MCU까지, 크고 작은 반도체가 들어간다. 자동차의 전동화, 스마트화, 커넥티드화가 진척되면서, 자동차 한 대에 들어가는 반도체의 종류와 수도 늘어나고 있다. <그림 1>은 차량에 들어가는 반도체를 역할에 따라 구분한 것이다. 마이크로 컨트롤러 유닛(이하 MCU)은 엔진, 조향장치, 브레이크 같은 […]

꿈꾸던 무대를 현실로 만드는 기술, LX세미콘

한 장의 스케치에 상상을 담고,고민과 설렘의 시간을 지나마침내 무대 위에 펼쳐지는 순간👗 꿈이 현실이 되기까지,그 모든 여정에보이지 않는 기술이 함께합니다 꿈꾸는 미래를 함께 디자인하는 LX세미콘 [LX세미콘 소식 바로가기] LX세미콘 공식 뉴스룸 👉news.lxsemicon.com LX세미콘 공식 블로그 👉blog.naver.com/lxsemicon LX세미콘 공식 유튜브 👉youtube.com/@LX_Semicon LX세미콘 공식 페이스북 👉facebook.com/LXSemicon LX세미콘 공식 인스타그램 👉instagram.com/lxsemicon/ *해당 콘텐츠는 생성형 AI를 활용해 제작되었습니다

[반도체 1분 체크] 수백만 개 픽셀의 타이밍을 조율하는 지휘자? T-Con 핵심만 체크!

3,2,1…큐!🎬우리가 보는 화면 속 수많은 픽셀의타이밍을 조율하는 지휘자가 있다?! 오늘의 반도체 1분 체크 주인공디스플레이의 컨트롤타워 T-Con! 끊김 없이 부드러운 영상완성해 주는 이 반도체핵심만 쏙쏙 알려드릴게요💯 [T-Con 체크 포인트📚] 📍Timing Controller란?디스플레이 컨트롤타워,화면 속 픽셀의 구동 타이밍 조율 ⚙️작동 원리SoC로부터 전달받은 영상·타이밍 정보를바탕으로 제어 신호를 생성해 DDI에 전달 📺일상 속 활용 TV/모니터부터 차량용 디스플레이까지다양한 디스플레이에서 활약 중 […]

Semicon人Us 뉴스레터
구독 신청

LX세미콘 뉴스채널 Semicon人Us의 다양한 소식을 메일로 받아보세요.

LX세미콘 뉴스채널 Semicon人Us의
다양한 소식을 메일로 받아보세요.

주식회사 LX세미콘은 Semicon人Us 뉴스레터 발송을 위하여 다음과 같이 귀하의 개인정보를 수집•이용 및 위탁하고자 합니다.

 

1. 개인정보의 수집•이용에 대한 고지
1) 수집하는 개인정보 항목
– 이메일, 뉴스레터 수신•개봉 기록
2) 개인정보 수집•이용 목적
– LX세미콘 뉴스레터 발송, 이벤트 등 광고성 정보 전달
3)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 기간
– 수신거부 시점까지 보관•활용하며 수집 및 이용 목적이 달성된 후 또는 이용자의 동의 철회 요구 시에는 해당 정보를 지체 없이 파기합니다.

※ 고객님께서 개인정보의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을 권리가 있으며, 미동의 시 서비스를 이용하실 수 없습니다.

 

2. 개인정보의 취급위탁에 대한 고지
– 수탁자 : 시너지에이앤씨
– 위탁하는 업무의 내용 : LX세미콘 Semicon人Us 뉴스레터 발송 및 발송을 위한 시스템 개발/유지보수
– 위탁 기간 : 위탁계약 종료 혹은 Semicon人Us 뉴스레터 발송 서비스 종료 시점까지

※ 고객님께서 개인정보의 취급위탁에 동의하지 않을 권리가 있으며, 미동의 시 서비스를 이용하실 수 없습니다.

 

3. 이용 제한 대상
– 만 14세 미만은 Semicon人Us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습니다.

[mailpoet_form id="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