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이 없어도 마치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영상으로 재현하려는 노력, 실감 디스플레이 기술은 19세기 후반 최초로 개발된 무성영화를 시작으로 인류의 끊임없는 연구 분야였다. 이제 그 기술수준은 인간의 시력 한계를 넘어선 풀컬러 초고화질 영상을 구현하는 평판 디스플레이(FPD: Flat Panel Display)가 대중화가 된 단계에까지 이르렀다.
그러나 그동안 개발된 대부분의 디스플레이 기술들은 작은 화소(Pixel: Picture Element)들로 이루어진 평면 또는 곡면 영상을 재현하는 것에 기반을 두고 있어, 3차원(3D: Three-Dimensional) 공간상에 존재하는 실제 물체들의 특성을 온전히 전달하기에는 근본적인 한계를 갖고 있다.
이에 따라 디스플레이 기기 화면의 물리적인 한계를 넘어서서 3차원 공간상에 실감나는 영상을 재현할 수 있는 공간표시(Volumetric) 디스플레이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최근 코로나19 펜데믹 이후 대면이 아닌 온라인 공간에서의 소통 및 활동이 활발해짐에 따라 가상 세계와 물리적인 세계의 경계를 허무는 메타버스(Metaverse)의 개념이 부각되면서 사용자가 실재와 같은 입체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는 공간표시 디스플레이 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번 미래를 IT다에서는 기존 평판 디스플레이와 대비되는 ‘공간표시 디스플레이’ 기술의 기본 원리 및 한계점들까지 알아보고자 한다.

3차원 영상을 기록하고 표시하고자 하는 최초의 시도는 영국의 물리학자 Charles Wheatstone이 1838년에 제안한 양안 분리 방식의 입체영상 사진기기로 알려져 있다. 이후, 200년 가까운 시간 동안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제안되었고 일부는 제품화되기도 하였으나, 대부분이 안경을 쓰고 보는 방식이라 새로운 디스플레이 시장을 창출하지는 못했다.
최근 연구되고 있는 차세대 공간표시 디스플레이는 안경을 쓰지 않고도 볼 수 있는 고품질의 입체 영상을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이고, 이 기준에 따라 선정한 세 가지 방식을 차세대 공간표시 디스플레이 기술의 후보군으로서 정리해보겠다.
1. 라이트필드(Lightfield) 방식
라이트필드 방식은 빛의 직진하는 특성을 가진 광선(Ray)으로 모델링하고 이들의 방향을 조절하여 3차원 공간상에 위치한 가상의 교차점에 공간 화소(Voxel: Volume Pixel)들을 형성하고 이를 조합해 공간표시 영상을 구현하는 방식이다. 일반 디스플레이와 달리 보는 시점에 따라 각각 다른 각도의 사물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어 자연스럽게 영상을 입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라이트필드 방식은 평판 디스플레이와 광학소자를 활용해 가장 단순한 형태로 빛을 표현하는 방식인 광선 기반의 광학 이론을 기반으로 한다. 덕분에 입체 영상을 생성 및 처리할 때 필요한 연산량의 부담이 낮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이러한 특성들 때문에 라이트필드 방식은 현재 가장 상용화에 근접한 차세대 공간표시 디스플레이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라이트필드 방식의 공간표시 영상은 구현 난이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편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현재의 디스플레이 기술 수준으로 고품질의 라이트필드 영상을 구현하는 것이 간단하지는 않다. 그 이유는 위 그림의 기본 원리처럼, 하나의 공간 화소(voxel)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서로 다른 방향을 갖는 여러 개의 광선을 재현해야 하는데, 광선 한 개에 하나 이상의 화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즉, 라이트필드 방식으로 공간표시 영상을 구성하는 한 개의 점을 재현하기 위해서는 디스플레이 패널의 여러 화소를 사용해야 하며 이는 눈으로 볼 수 있는 입체 영상의 해상도가 저하되는 결과를 낳는다.
또한, 일반적으로 광선들의 방향을 정확하게 재현할 수 있는 각도 범위 및 각도 분포에도 제한이 있으며, 이에 따라 입체 영상을 감상할 수 있는 시야각과 자연스러운 입체감을 구현할 수 있는 범위에 제약이 생긴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는 라이트필드 방식 자체의 단점이라기 보다는 이를 구성하는 디스플레이 패널과 광학계의 성능 한계에 의한 제약으로서, 향후 디스플레이 패널 기술 및 정밀 광학계 제조 기술의 발전에 따라 점차 이러한 한계점들은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 홀로그래피(Holography) 방식
홀로그래피 방식의 공간표시 디스플레이는 ‘빛의 간섭’과 ‘회절’이라는 특성을 이용해 입체 영상을 표시하는 기술이다. 이를 위해서는 라이트필드 방식과 달리 빛을 더욱 복잡한 특성을 갖는 광파(Optical Wave)로 모델링하고 이를 통해 실제 물체가 있을 때와 동일한 파면(Wavefront)을 재현하는 방식으로 입체 영상을 구현한다.
이에 따라 홀로그래피 방식의 공간표시 디스플레이는 이를 구현하기 위해 필요한 디스플레이 패널의 성능 및 영상 처리에 필요한 연산량이 크게 증가하게 되며, 영상 구현을 위해 화소 크기가 수 μm 이내로 매우 작은 특수한 디스플레이 패널을 사용함에도 영상의 시야각이 매우 좁다는 단점이 있다.
또한, 파면을 완전히 재현하기 위해서는 빛이 갖는 두 가지 요소인 진폭(Amplitude)과 위상(Phase)을 모두 변조해야 하나 현재까지는 디스플레이 패널 기술의 한계로 인해 이들 중 한 가지 요소만을 변조하는 방식으로 홀로그래피 영상을 구현하고 있어 이를 개선할 수 있는 복소 변조(Complex Modulation) 방식에 대한 연구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홀로그래피 방식에서는 영상을 직접 표시하는 것이 아니라 디스플레이 장치에서 광파를 변조하는 방식으로 입체 영상을 구현하게 되므로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는 디스플레이 장치를 공간광변조기(SLM: Spatial Light Modulator)라고 부르며 이러한 공간광변조기의 성능이 홀로그래피 영상의 품질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가 된다.
이렇듯 여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홀로그래피 방식의 공간표시 디스플레이는 더욱 빛의 본질에 가까운 방식인 광파 기반의 모델링을 이용하기 때문에 실재에 가까운 자연스러운 입체감을 느끼는 공간표시 영상을 구현할 수 있으며, 그간 3차원 디스플레이 상용화에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로 작용하는 3D 멀미 현상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어 사실상 공간표시 디스플레이 기술 발전 로드맵의 종착점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한, 홀로그래피라고 하는 기술이 공상과학 영화들의 단골 등장 소재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중들의 인지도가 높다는 것도 지속적인 기술 개발 투자를 유도하는 긍정적인 면으로 작용하고 있다.


3. 발광점 구현 방식
상술한 라이트필드 및 홀로그래피 방식 외에, 공간 속에 발광점(Emissive Point)을 구현해 입체 영상을 만드는 방식들도 있다. 이를 위해 빠르게 움직이는 스크린과 고속 프로젝터를 이용하여 각 단면의 영상을 순차로 투사하는 방식, 고출력 레이저를 이용하여 공기 중에 플라즈마를 형성하여 발광점을 만드는 방식, 공기 중의 입자를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여가며 영상을 표시하는 방식 등의 다양한 접근이 있다. 이러한 발광점 구현 방식은 각 구현 기술의 특성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일반적으로 발광점 자체가 360도 어느 방향에서 보아도 관찰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어 공중 부양형 디스플레이 등과 같은 특수 목적의 공간표시 디스플레이를 구현하는 용도로 주로 제안되고 있다.
반면, 다양한 구현 방식을 표준화하기에 어려움이 있고 기존의 평판 디스플레이 기술과 구현 방식의 간극이 커서 일반적인 소비자 용도 제품으로 상용화되기에는 상기 라이트필드 및 홀로그래피 방식보다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 공간표시 디스플레이를 구현하기 위한 대표적인 기술 방식들에 대해 간략히 살펴보았다. 비록 각 방식별 세부 구현 기술에는 차이가 있으나, 2차원 평면에만 존재하는 기존의 영상 기술을 뛰어넘어 3차원 공간상에 존재하는 입체 영상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공통으로 대량의 정보를 생성/전송/처리할 수 있는 고성능 반도체 기술이 꼭 필요하다. 또한 상기 공간표시 디스플레이들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기존 고화질 패널의 수준을 뛰어넘는 초고사양의 디스플레이 패널 기술이 필요하며, 이를 구동하기 위해서는 역시 높은 집적도를 갖는 디스플레이용 반도체가 필요하다. 따라서, 공간표시 디스플레이의 대중화를 위해서는 디스플레이 패널 기술뿐만 아니라 이를 뒷받침하는 영상처리 및 패널 구동용 반도체 기술의 발전이 병행되어야 함을 알 수 있다. LX세미콘은 꾸준한 기술 개발을 통해 DDI, T-Con 등 디스플레이 운영에 핵심이 되는 반도체를 설계하고 있다. 앞으로 공간표시 디스플레이에 발맞춰 더욱 성장할 LX세미콘이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