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 포토닉스의 현재와 전망 – AI 인프라를 이끄는 빛의 기술

최근 ChatGPT 같은 초거대 AI 모델을 구동하기 위해 수천~수만 대의 GPU를 연결한 대규모 클러스터가 늘어나며, 전력 소모와 그에 따른 열 발생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고 있습니다.

위와 같은 발열 문제를 해결할 유력한 기술로, 앞서 빛을 사용하는 ‘실리콘 포토닉스(Silicon Photonics)’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특히 광신호는 감쇠율(減衰率 : 전송 선로 또는 회로망에서 입력전류 대비 출력전류의 감소비율.)이 낮고 병렬 전송에 유리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데이터 트래픽을 처리해야 하는 현대 고성능컴퓨팅 환경에서 중요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그림 1. 광 트랜시버

하지만 클러스터 내부의 주요 부품(프로세서·메모리 등)은 전기 신호에 의존하므로, 외부에서 들어온 빛을 전기로 변환하거나 내부 전기 신호를 광신호로 바꿔 광섬유로 전달하는 과정이 필수적입니다. 이러한 광-전 변환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바로 ‘광 트랜시버(Optical Transceiver)’입니다. 실리콘 포토닉스 기술은 이를 단일 칩에 고도로 집적해 저비용·고성능으로 구현할 수 있게 합니다. 실제로 AI 인프라를 대규모로 운영하는 기업들은 단일 클러스터에 수십만 개의 광 트랜시버를 투입하기도 하며, 전체 시스템 규모를 고려하면 백만 개 이상이 필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1. 광 트랜시버의 구성: 트랜스미터와 리시버

그림 2. 광 트랜시버의 구성요소, 트랜스미터와 리시버

광 트랜시버는 크게 트랜스미터(Transmitter)리시버(Receiver)로 구성됩니다.

트랜스미터에는 레이저와 광 변조기(Optical Modulator)가 포함되는데, 여기서 레이저는 반도체 내부에서 전자와 정공(양공)이 재결합할 때 생기는 미약한 빛을 공진 구조를 통해 여러 번 반사·증폭시켜 특정 파장의 강한 광신호로 전환합니다.

하지만 실리콘은 간접 밴드갭(Indirect Bandgap) 반도체로, 이러한 광신호를 자체적으로 생성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인산인듐(InP)이나 갈륨비소(GaAs) 같은 직접 밴드갭(Direct Bandgap) 반도체 재료로 만든 레이저 소자를 실리콘 칩 위에 접합하는 방식이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실리콘 대신 인산인듐과 갈륨비소를 통해 빛을 생성해낼 수 있고, 이후 광 변조기를 통해 빛에 데이터 신호를 입혀 원하는 형태로 전송할 수 있게 됩니다.

한편, 광 트랜시버의 또 다른 구성 요소인 리시버(Receiver)는 외부(또는 칩 간)에서 들어온 광신호를 다시 전기 신호로 변환하는 역할을 합니다. 자세한 동작 원리는 후반부(1-3)에서 다루겠습니다.

1-1. 트랜스미터 : 전기 신호를 빛으로 전환

그림 3. 마하-젠더 모듈레이터 개념도

트랜스미터를 구성하는 또 다른 소자인 광 변조기는 레이저에서 생성된 빛의 위상이나 세기를 조절해 원하는 형태의 광 신호를 만들어냅니다. 여러 변조 방식이 있으나, 대표적으로 마하-젠더 변조기(Mach-Zehnder Modulator, MZM)가 사용됩니다. 이 장치는 빛을 두 갈래로 나눈 뒤, 각각 다른 위상을 부여하고 다시 합칠 때 간섭 현상을 이용해 최종적인 빛의 세기를 조절합니다.

그림 4. 마하-젠더 모듈레이터와 2×2 광 스위치 구조 비교

흥미로운 점은, 이 원리를 확장하면 광신호의 세기를 조절할 뿐 아니라 두 입력과 두 출력을 자유롭게 연결해 2×2 광학 스위치처럼 작동시킬 수도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림4 참고) 즉, 1번 입력 포트로 들어오는 빛을 1번 출력 포트로만 내보내거나 반대로 2번 출력 포트로만 전송하도록 구성할 수 있으며, 2번 입력 포트 역시 원하는 출력 경로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1-2. 광 스위치 확장 : 경로 제어

그림 5. 마하-젠더 모듈레이터를 활용한 2×2 스위치 블록과 대규모 광 스위치 소자 예시

더 나아가 이러한 2×2 스위치 블록을 여러 개 배치하고 조합하면, 그림5 에서처럼 대규모 구조의 광 스위칭 네트워크를 구현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확장된 구조에서는 각 입력 포트에서 유입된 신호를 다채롭게 라우팅하거나 분산해 복잡한 광 집적회로나 광 네트워크에서도 유연한 경로 제어가 가능하게 합니다.

1-3. 리시버 : 빛을 전기 신호로 전환

한편, 리시버는 외부(혹은 칩 사이를 연결하는 광섬유)에서 들어온 빛을 다시 전기 신호로 변환하는 역할을 합니다. (1. 광 트랜시버의 구조, 그림2 참고) 이때 핵심 소자는 포토디텍터(Photodetector, 광 검출기)로, 광 도파로를 따라 전달된 빛을 흡수해 내부에서 전자와 정공을 생성하고, 이를 통해 전류가 흐르게 하는 광전 효과(photoelectric effect)를 기반으로 동작합니다.

그런데 실리콘은 장거리 통신에 널리 쓰이는 1.55µm 대역의 빛을 거의 흡수하지 못합니다. 이러한 특성은 실리콘이 낮은 손실의 도파로 재료로는 유리하지만, 반대로 빛을 직접 흡수해 신호로 변환하는 포토디텍터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1.55µm 파장을 효과적으로 흡수할 수 있는 게르마늄(Ge)과 같은 물질을 실리콘 도파로 위에 증착해 포토디텍터를 구성합니다. 이 구간에서 빛을 흡수해 전자와 정공(양공)을 발생시키면, 그 전류를 고속 전자회로가 증폭하고 처리해 최종적으로 0과 1 같은 디지털 데이터로 복원합니다.

2. 코패키지 옵틱스(Co-Packaged Optics, CPO)의 부상

그림 6. 광 트랜시버가 결합된 마더보드와 코패키지 옵틱스된 마더보드 개념도

광 트랜시버가 내부에서 레이저, 광 변조기, 포토디텍터 등을 결합해 초고속 통신을 구현하고 있음에도, 실제 시스템에서는 칩과 물리적으로 떨어진 모듈 형태로 배치되면서 새로운 병목이 생깁니다. 불과 수 센티미터 정도의 PCB 전선 구간에서도 전선의 저항(R)과 커패시턴스(C)가 커져 발열과 전력 소모가 급격히 증가하고, 데이터를 고속으로 전송하기 위해 더 높은 전압이나 복잡한 보정 회로가 필요해집니다.

병목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하려는 시도로 최근 주목받는 개념이 코패키지 옵틱스(Co-Packaged Optics, CPO)입니다. 말 그대로 고속 연산 칩(ASIC, Application Specific Integrated Circuit)과 광 트랜시버를 한 패키지 안에 밀집 배치해, 광·전 변환 과정을 칩 바로 옆에서 처리하는 방식입니다. 전선 길이가 수 센티미터에서 수 밀리미터 이하로 짧아지면, 전선 구간을 충전·방전하는 RC 부하가 현저히 낮아져 전기 신호를 훨씬 적은 전력으로 빠르게 전달할 수 있습니다.

또, 칩과 광 트랜시버를 인접 배치하면, 전선 배선을 고밀도로 구성해 병렬 채널을 크게 늘릴 수 있어 채널 간 간섭 없이 확보 가능한 ESCAPE Bandwidth*가 크게 증가합니다. 기존 PCB환경에서는 신호 간섭과 면적 제한 탓에 병렬화에 한계가 있었지만, 코패키지 옵틱스 방식으로 물리적 거리를 수 밀리미터 이하로 줄이고 다수의 병렬 채널을 구성하면 테라비트(Tbps)급 전송도 무리 없이 구현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발열과 전력 부담이 완화되어 대역폭과 집적도가 한층 높아지고, AI·HPC나 대규모 메모리 환경처럼 초고속·저전력이 중요한 분야에서 특히 유리한 효과를 발휘합니다.

이미 여러 반도체 기업들은 이 코패키지 옵틱스 개념을 실리콘 포토닉스 공정과 접목해, 차세대 광·전 집적 솔루션을 개발 중입니다. 데이터센터뿐 아니라 AI 가속기, 양자 컴퓨팅, 고성능 네트워크 장비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존 구리 배선만으로는 늘어나는 데이터 트래픽과 발열·전력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도 D램이나 낸드(NAND)를 3D로 적층해 층수를 높이면서 내부·외부로 오가는 데이터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효율적 열 관리와 저전력 설계가 핵심 이슈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실리콘 포토닉스는 전송 속도, 대역폭, 전력 효율의 한계를 동시에 극복할 수 있는 미래 기술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전기 신호 전송 대비 훨씬 높은 집적도와 에너지 효율을 제공하기 때문에, 반도체 산업 전반에 새로운 변화를 이끌 잠재력이 충분히 기대됩니다.

I 맺음말

이번 글에서는 데이터센터 발열 문제를 근본적으로 줄일 대안으로 실리콘 포토닉스가 거론되는 배경을 되짚고, 핵심 소자인 광 트랜시버가 어떻게 전기 신호와 광신호를 변환해 초고속·저전력 통신을 구현하는지 살펴보았습니다.

최근에는 고속 연산 칩과 광 트랜시버를 하나의 패키지 안에 밀집시키는 코패키지 옵틱스 개념이 떠오르면서 데이터센터뿐 아니라 AI 및 메모리 반도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성능과 에너지 효율을 동시에 높일 수 있는 가능성도 점차 확대되고 있습니다. 아직 레이저 소자의 집적화와 같은 기술적 과제가 남아 있지만, 이러한 문제들이 해결된다면 실리콘 포토닉스 기술은 더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상용화되어 차세대 반도체 생태계의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실리콘 포토닉스는 이제 먼 미래의 가능성이 아니라 이미 현실로 다가와 있습니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데이터센터, AI 인프라, 메모리 반도체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이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초고속·저전력 시대의 새로운 기준을 세우고 있습니다. 아직 레이저 소자 집적화 등 넘어야 할 산이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기술 개발과 투자 속도가 빨라지며 해결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지금부터 실리콘 포토닉스를 차세대 전략 기술로 삼아 적극적으로 연구와 투자를 확대해 나간다면, 미래 반도체를 이끄는 주도적인 역할을 충분히 맡을 수 있을 것입니다.


[LX세미콘 소식 바로가기]⠀

LX세미콘 공식 뉴스룸

👉news.lxsemicon.com

LX세미콘 공식 블로그

👉blog.naver.com/lxsemicon

LX세미콘 공식 유튜브

👉youtube.com/@LX_Semicon

LX세미콘 공식 페이스북

👉facebook.com/LXSemicon

LX세미콘 공식 인스타그램

👉instagram.com/lxsemicon/

연관 콘텐츠

실리콘 포토닉스의 현재와 전망 – AI 인프라를 이끄는 빛의 기술

최근 ChatGPT 같은 초거대 AI 모델을 구동하기 위해 수천~수만 대의 GPU를 연결한 대규모 클러스터가 늘어나며, 전력 소모와 그에 따른 열 발생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고 있습니다. 위와 같은 발열 문제를 해결할 유력한 기술로, 앞서 빛을 사용하는 ‘실리콘 포토닉스(Silicon Photonics)’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특히 광신호는 감쇠율(減衰率 : 전송 선로 또는 회로망에서 입력전류 대비 출력전류의 감소비율.)이 낮고 병렬 전송에 유리해, […]

[일상 곳곳에 IT는 세미콘] 이 반도체, 반드시 겜돌이 인생 바꿀 것

⠀겜돌이 인생에 그저 빛✨ ‘이 반도체’와 함께라면 (전)극락도 樂이다😇 일상 곳곳에 IT는 세미콘 PMIC편 전자기기 내부의 전력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제어하는 반도체, PMIC🔋 우리가 주말 내내 게임하며 꿀같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건 전부 PMIC 덕분이라는 사실!😉 📽지금 영상에서 확인해 보세요! ⠀PMIC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아래를 통해 확인👇👇 ⠀ [LX세미콘 소식 바로가기] ⠀ LX세미콘 공식 뉴스룸 […]

[반도체의 모든 것] CRT부터 OLED, 그리고 마이크로까지! ‘전자 디스플레이’의 과거-현재-미래 쉽게 알아보기

여러분은 ‘디스플레이’하면 어떤 게 떠오르시나요? 상품을 진열하고 있는 쇼케이스? 아니면 지금 이 글을 보고 있는 PC 혹은 스마트폰의 화면? ‘보이다’, ‘펼치다’라는 의미의 Displico를 어원으로 하는 디스플레이는 오래전부터 진열 및 전시의 의미로 통용되었는데요. 전자공학이 급속하게 발전하기 시작한 20세기 이후부터는 ‘전자 신호를 시각적 형태로 전달하는 표시 장치’의 의미로 널리 사용되고 있어요. 오늘은 바로 ‘전자 디스플레이’에 대해 이해하기 […]

Semicon人Us 뉴스레터
구독 신청

LX세미콘 뉴스채널 Semicon人Us의 다양한 소식을 메일로 받아보세요.

LX세미콘 뉴스채널 Semicon人Us의
다양한 소식을 메일로 받아보세요.

주식회사 LX세미콘은 Semicon人Us 뉴스레터 발송을 위하여 다음과 같이 귀하의 개인정보를 수집•이용 및 위탁하고자 합니다.

 

1. 개인정보의 수집•이용에 대한 고지
1) 수집하는 개인정보 항목
– 이메일, 뉴스레터 수신•개봉 기록
2) 개인정보 수집•이용 목적
– LX세미콘 뉴스레터 발송, 이벤트 등 광고성 정보 전달
3)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 기간
– 수신거부 시점까지 보관•활용하며 수집 및 이용 목적이 달성된 후 또는 이용자의 동의 철회 요구 시에는 해당 정보를 지체 없이 파기합니다.

※ 고객님께서 개인정보의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을 권리가 있으며, 미동의 시 서비스를 이용하실 수 없습니다.

 

2. 개인정보의 취급위탁에 대한 고지
– 수탁자 : 시너지에이앤씨
– 위탁하는 업무의 내용 : LX세미콘 Semicon人Us 뉴스레터 발송 및 발송을 위한 시스템 개발/유지보수
– 위탁 기간 : 위탁계약 종료 혹은 Semicon人Us 뉴스레터 발송 서비스 종료 시점까지

※ 고객님께서 개인정보의 취급위탁에 동의하지 않을 권리가 있으며, 미동의 시 서비스를 이용하실 수 없습니다.

 

3. 이용 제한 대상
– 만 14세 미만은 Semicon人Us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습니다.

[mailpoet_form id="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