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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치센서의 발전] #4 터치 패널용 투명전극 박막 이론과 기술

지구에는 다양한 생물과 무생물이 공존하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물질이나 환경 등을 통틀어서 자연계라고 부른다. 땅, 물, 바람, 철, 플라스틱 등 자연계에 존재하거나 인공적으로 만들어 낸 물질은 원소로 이루어져 있고, 러시아의 드미트리 멘델레프가 원소를 구분하기 쉽도록 화학적 성질에 따라 표로 나누어 놓은 것이 바로 주기율표다. 원소는 고유한 화학적 성질을 가지는 원자 개체이며 현재까지 알려진 원소는 118종이다(2023년 기준). 다양한 원소들의 조합은 자연계를 이루는 근간이 되어 우리의 몸을 구성하고 있기도 하고 산과 들 바다에서부터 최신기기에 이르기까지 모든 물질을 구성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많은 물질들은 또 다른 특징으로 분류할 수도 있다. 바로 전기가 통하는지 통하지 않는 성질인지에 대해 분류하는 것이다. 전기가 통하는 것을 ‘도체’라고 부르고 통하지 않는 것은 ‘부도체’라고 부른다. 그리고 특정 조건에서 도체가 되었다가 부도체가 되기도 하는 것을 ‘반도체’라고 한다. 도체가 전기가 잘 통하는 이유는 도체 안에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자유전자가 많기 때문이며, 금속이 도체의 대표적인 물질이 되겠다.

그런데 잘 생각해 보면 투명한 금속은 존재하지 않는다. 금, 은, 철, 구리 등 우리가 알고 있는 금속은 모두 투명하기는커녕 빛이 반사되어 내 얼굴이 비치기도 한다. 반대로 투명한 유리는 잘 알다시피 전기가 통하지 않는다. 전기를 통하게 하는 자유전자가 부족하다는 뜻이다. 그래서 과학계에서는 투명한데 전기가 통하는 물질을 다양한 방법으로 개발하는 연구를 오래전부터 해왔다. 이를 우리는 전기가 잘 통하는 투명한 물질이라는 뜻에서 ‘투명전극(Transparent electrode)’이라고 부른다. 조금 더 학술적으로는 광 투과성과 전도성이 있는 전극이라 할 수 있으며, 투과도은 인간의 눈이 관측 가능한 가시광선 파장의 영역(약 380~780nm)에서의 빛이 투과되는 정도를 말한다.

처음으로 투명전극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상용화된 곳은 항공 분야라고 할 수 있다. 전투기가 높은 고도로 상승할 때 낮아지는 온도에 의해 앞 유리에 서리가 발생하거나 결빙이 되어 시야를 방해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유리 표면에 투명전극을 형성하는 것이 시초라 전해지고 있다. 투명전극에 전압을 가해 열이 발생하게 하여 유리의 온도를 낮춰 서리나 결빙을 없애 시야를 확보하는 데 사용되었다.

현재는 디스플레이, 태양전지, 발열필름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특히 터치 디스플레이의 경우 디스플레이의 선명함을 유지하면서 고성능의 터치 기능을 부여하기 위해 더 투명하고 전기 전도도가 높은 투명전극을 개발하여 패널 제작에 적용되고 있다.

투명전극의 산업분야 적용 트렌드

본 기고문에서는 어떻게 투명하면서도 전기가 잘 통하는 물질이 형성될 수 있는지 그 정의와 원리를 이야기해보고, 터치 방식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정전용량 방식의 터치패널에서 투명전극의 중요성과 적용 기술에 대해 다뤄보고자 한다.

투명전극의 정의 및 원리

투명전극은 통상적으로 80% 이상의 투과도와 1000ohm/sq 이하의 전도도를 가지는 전극을 말한다. 산업에서는 투명전극 필름이라는 상품으로 많이 판매되고 있는데 투명한PET 필름에 얇게 투명전극을 형성해 놓은 필름을 말한다.

먼저 가시광 영역에서의 투과도에 대해 얘기해보고자 한다. 우리는 무엇을 눈으로 관찰할 때 ‘사물을 본다’라는 표현을 쓴다. 말 그대로 우리의 눈을 통해 다양한 물건을 보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광학(optical science)적인 관점에서는 ‘눈으로 본다’ 보다는 빛이 사물에 반사되어 ‘우리 눈에 들어온다’라는 표현이 조금 더 정확할 수 있다. 말 그대로 우리는 태양이나 형광등에서 발생되는 빛이 사물에 반사되어 눈에 들어왔을 때 눈이라는 감각기관에서는 모양과 색, 위치까지도 인지하게 되는 것이다. 단순하게 생각해서 달빛도 없는 깜깜한 밤이나 칠흑같이 어두운 곳에서는 반사되어 우리 눈에 들어오는 빛이 없기 때문에 아무것도 볼 수가 없는 것이다.

빛의 입자인 광자는 어떠한 물체를 만났을 때 세 가지의 유형을 보인다. 대부분의 광자는 투과가 되거나 반사가 되며 일부 물체에 흡수되기도 한다. 가시광 영역의 파장대를 가진 빛의 광자가 유리를 만났을 때 92% 정도는 투과를 하고, 약 8% 정도는 반사를 한다(유리의 성분이나 종류에 따라 흡수가 미미하게 일어날 수 있다). 창문 앞에 서서 유리를 잘 관찰하면 본인의 모습을 희미하게 볼 수 있다. 희미한 본인의 모습이 빛이 유리에 반사되어 다시 우리 눈에 비치게 되는 8% 정도의 빛의 반사인 것이다. 보통의 선글라스의 경우도 가시광 영역에서 10~30%의 빛 투과율을 보이기 때문에 선글라스를 꼈을 때 어두워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유리에 대한 빛의 투과 및 반사 모식도

전도도는 얇은 막의 저항값을 특징짓는 지표인 면저항이 기준이 된다. 면저항이란 박막의 단위 두께당 비저항을 표시한 단위이며 전기적 저항이 낮을수록 자유전자는 더 많이, 더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 즉, 면저항이 낮을수록 전도도는 높아져 우수한 전기적 특성을 가졌다고 할 수 있다. 재료에 전기가 잘 통한다는 의미는 재료 내부에 전하(Charge)가 이동한다는 뜻이고, 전하를 운반하고 담당하는 운반체인 캐리어(carrier)는 전자 또는 이온이 된다. 금속의 경우 금속결합을 하고 있으므로 자유전자들이 캐리어가 된다. 그리고 세라믹의 경우에는 이온결합을 하고 있기 때문에 자유전자가 아닌 이온들이 이동해 전도성을 부여한다.

투명전극을 형성하는 방법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첫 번째는 머리카락보다 1/1000배 정도의 얇은 금속 나노와이어나 메쉬형태의 메탈 모양의 투명전극이 있으며, 이 경우 금속결합 형태의 자유전자 캐리어가 전도도를 형성하는 원리가 된다.

두 번째 형성 방법은 세라믹 기반의 투명전극박막 형성이다. 대표적으로는 인듐산화물에 주석을 섞은 인듐주석산화물(ITO) 소재가 있는데 이런 경우 이온들의 이동을 통해 전도성이 부여된다고 할 수 있다.

투명전극 형성 방법

인듐주석산화물의 경우 높은 전기 전도성과 투과도를 가지고 있으며, 강도나 온도와 같은 환경 내구성도 우수하여 앞서 나열한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주원료인 인듐(Indium)의 희소성과 심한 가격변동으로 인해 대체물질을 찾는 연구가 많이 진행되고 있지만 상용화에는 한계가 있으며, 메탈메쉬나 은나노와이어 정도가 인듐주석산화물 다음으로 산업에서 높은 생산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인듐주석산화물의 경우 인듐산화물에 주석산화물을 첨가한 물질로서 산화물의 특성상 높은 투과율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증착을 통한 박막 형성 과정에서 이온결합의 결함이 발생하게 되고, 결함을 통해 산소가 있어야 할 곳에 산소가 없는 산소 공공이 발생하는 결함을 통해 전자를 형성하게 된다. 또한 주석산화물에서 가지고 있는 전자를 통해 전도도가 높아지게 된다. 이렇게 되면 산화물의 특성인 높은 투과도는 유지하면서 산화물 내부의 결함과 추가 이물질을 통해 높은 전도도를 형성하게 되는 것이다.

박막을 증착하고 열처리를 진행하게 되면 일정 온도 이상에서 충분한 열 에너지를 받은 원소는 격자진동을 하게 되며 이때 원자들이 안정한 상태로 재배치되거나 결함을 만들게 되어 캐리어들의 양이 늘어나고 캐리어가 지나갈 수 있는 길이 형성되어 전기 전도도를 더 높이는 효과를 보이게 된다. 전기전도도와 투명도는 서로 특성의 향상과 저하가 대립되는 Trade-off관계에 있다. 그렇기 때문에 너무 많은 양의 주석이나 산소공공 형성은 투명전극의 측면에서는 박막의 특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적절한 최적화가 필수적인 요소라 할 수 있다.

터치패널 제작을 위한 투명전극

터치스크린 패널(TSP)은 현대 전자제품의 필수 부품이 되었다. 손가락이나 스타일러스로 디스플레이를 터치하여 직관적이고 편리한 사용자 중심의 컨텐츠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터치스크린패널은 일반적으로 디스플레이 패널 전면에 배치된다. 사용자들로 하여금 디스플레이에서 나오는 화면이 터치스크린으로 인해 흐려지거나 방해가 되면 안 되기 때문에 터치패널 전면에 형성된 전극은 투명해야 하며 많이 사용되는 정전용량방식의 터치의 경우 전극의 전기 전도도 또한 높아야 한다. 고투과 전극은 사용자로 하여금 더욱 선명한 디스플레이를 제공할 수 있으며, 높은 전도도의 전극은 빠른 피드백, 터치 정확성, 멀티 터치 등 다양한 기능이 구현 가능하도록 만들어 준다.

정전용량방식의 터치패널의 경우 각 위치의 정전용량의 변화를 인지하여 손가락이나 스타일러스의 터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전극 배열은 X축과 Y축 방향의 패턴을 가진 두 장의 필름 형태로 배열되며, 이 두 축은 각각 구동 전극과 감지 전극으로 사용될 수 있다. 구동전극과 감지전극의 경우 서로 맞닿으면 통전이 되기 때문에 두 전극은 서로 격리되어 있는 구조로 되어있어야 한다. 터치패널에서 투명전극의 위치는 다양하게 구성될 수 있으며 투명전극의 구조에 따라 터치패널의 이름이 부여된다.

터치패널에서 투명전극 배치

GFF의 경우 Glass/Film/Film의 약자로서 보호유리(Glass)에 투명전극이 형성된 필름을 2장 배치하고 각각의 투명전극은 구동전극과 감지전극으로 구성된다. GF2의 경우 한 장의 필름 양면에 구동전극과 감지전극을 형성하는 방법으로서 필름 양면에 투명전극이 형성된 구조는 F2라고 불린다. GF2는 GFF보다 투과도가 높고 필름이 한 장이라 가격이 저렴할 수 있으나 필름 양쪽에 투명전극을 형성하고 패터닝하는 공정 과정에서 수율이 낮고, 공정 비용이 많아질 수 있는 단점이 있다.

GG의 경우 필름 대신 글라스 양면에 각각 구동전극과 감지전극을 형성하는 방법으로서 높은 온도에도 열화되지 않는 글라스를 기판으로 사용하여 투명전극 역시 높은 열에너지를 가해주어 높은 퀄리티의 투명전극을 형성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플랙서블 디스플레이에는 적용이 불가능하고 패널 두께가 두꺼워 지면서 무게도 많아지는 단점이 있다.  

위치에 따른 패널 구조

몇 년 전부터는 구동전극과 감지전극을 한 면에 구성하는 G2 구조를 선보이기도 했다. Y축 방향으로 연결되고 X축 방향으로는 연결이 되지 않은 전극 패턴을 형성한 뒤 비전도성 물질을 X축과 Y축 접점에 형성한 후 전극을 한 번 더 형성하여 X축의 전극을 연결하는 방식이다. X축의 전극을 다리 모양으로 연결한다고 하여 브릿지 전극이라고 불리며, 브릿지 전극을 통해 X축의 전극이 연결되고 Y축은 브릿지 전극과 이격 되어 하단 쪽에서 연결이 된다.

G2 방식의 경우 한 장의 필름 형태로 제작하는 F2로도 제작이 가능하여 패널이 얇고, 투명전극의 소모량이 현저히 적어진다는 장점이 있지만 내구성에 한계가 있으며, 제작 과정에서 수율이 높지 않아 대면적의 터치패널 적용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 단점이라 할 수 있다.

최근 디스플레이는 지속적으로 대형화되면서 전자칠판과 같이 터치 기능이 포함된 터치 디스플레이의 판매가 급증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고품질 투명전극에 대한 수요 역시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대형 디스플레이에 정전용량 방식의 터치패널 적용을 위해서는 높은 투과도는 유지하면서 더욱 낮은 저항을 가진 투명전극이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대형 사이즈의 패널에 투명전극을 평탄하게 증착하고 패터닝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

또한, 플랙서블 디스플레이 적용을 위해서는 글라스 기반이 아닌 PET와 같이 저렴하면서 유연한 기판 기반의 투명전극 필름이 적용되어야 한다. 앞서 설명했듯이 필름 기반의 투명전극 형성 시에는 투명전극의 높은 퀄리티를 위해 고온으로 열처리 시 PET 필름의 열화가 발생하여 저온 공정만 가능하다는 단점이 있다. 즉, 저온공정에서도 높은 전도도와 투과도의 특성을 가진 투명전극이 필요한 것이다.

정전용량 방식의 터치패널은 크게 터치패널, 컨트롤러 IC가 포함된 구동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로 구분할 수 있다. 신호처리를 위한 보드의 회로와 소프트웨어도 분명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터치패널에서는 투명전극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말할 수 있다. 현재까지 인듐주석산화물을 기반으로 한 투명전극 분야는 일본이나 중국이 강세이긴 하지만 국내의 많은 연구소와 기업, 학교에서 인듐주석산화물을 대체하는 다양한 투명전극 소재를 연구하고 있다. 앞으로는 이 같은 연구를 통해 투명전극 분야의 국산화를 이루고, 차세대 터치 디스플레이 시장의 선점과 독보적인 기술력을 갖춘 대한민국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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